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의혹을 받는 일명 ‘건축왕’이 세입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29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A(45)씨는 8년째 산 집이 지난해 10월 경매에 넘어갔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수도권에 2708채를 보유한 건축왕 B(61)씨가 지은 건물이다.
A씨는 지난 1월 10일 '바지 임대인' 뒤에 숨어 있던 건축왕 B씨를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 1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를 공개했다. 대화가 이뤄진 당시는 전세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B씨가 구속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작년 12월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언론에 보도된 녹취에 따르면 B씨는 A씨를 만나 "반짝반짝 수치에 밝은 벤처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가 솔직히 수도사(수도승)처럼 살아요. 세입자들을 위해서. 누구도 안 알아주는데 우리 직원들은 알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솔선수범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이 손 벌리고 있으면 나눠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미화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리비 없는 주택에 쇼핑몰도 만들어서 입주하신 분들을 위해 정말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건축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동안 자신이 대출을 받아 납부한 이자도 세입자들의 월세를 대신 내 준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가 하면 이번 전세사기 사건을 자치단체나 언론 탓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자신이 구속되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 일당 61명이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