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까지 열흘 간 이어지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영화제에서는 42개국의 247편 영화가 상영되며 이 중 38편의 한국 단편은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는 66편이다.
지난 2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조직위원장)은 “예년과 다르게 전주를 폭넓게 활용해 전주 곳곳이 영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슬로건은 창의적인 실험정신과 독립적인 도전정신을 표방해온 우리 영화제에 잘 어울리는 슬로건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선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집행위 체제로) 영화 안팎 걱정하는 선후배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안방 살림은 민성욱 위원장이, 대외 협력 등은 제가 맡아서 잘하고 있다.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는 전주국제영화제로 인해서 가장 성공한 만남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스타들이 자리를 빛냈다.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형제 감독에 이어 개막식의 진행을 맡은 배우 진구와 공승연이 참석했다. 그밖에도 배우 박해일과 이동휘,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인 옥자연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만나볼 수 있다. 전주 영화의 거리뿐만 아니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팔복예술공장·서학예술마을 등으로 장소를 넓혔다. 지역민과 외지인이 함께 하는 ‘씨네투어’를 통해 풍성한 볼 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전주시 야외 공간에서 지역 뮤지션과 영화 상영을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X산책’과 ‘눈컴퍼니’ 소속 독립영화 배우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 ‘전주영화X마중’도 마련됐다. 2015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100편을 골라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포스터를 만드는 전시 ‘100 Films 100 Posters’도 팔복예술공장에서 진행된다.
디즈니와 함께 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전주를 찾는다.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매년 5월 4일 펼쳐지는 ‘스타워즈 데이’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펼쳐진다. 영화제 기간 마련된 영화의 거리 ‘스타워즈 돔’에서는 피규어 전시·포토 이벤트와 함께 28일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리즈가 상영된다. 다음달 4일에는 ‘스타워즈 데이’를 기념하여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 상영회도 진행된다. 다음달 4일과 5일에는 전주 시내 일대에서 스타워즈 공식 팬클럽 ‘501 군단&레벨 리전’ 회원들이 스타워즈 캐릭터 코스튬을 입은 채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이들은 앞서 27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레드카펫을 밟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로 다르덴 형제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며 관심을 모았다. ‘토리와 로키타’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토리’와 ‘로키타’가 벨기에에서 체류증을 얻기 위해 다사다난한 일을 겪는 내용을 다룬다. 이민자이자 미성년자인 이들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시사 이후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토리와 로키타와 친구가 되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국내외 예술영화 33편을 제작 투자한 전주국제영화제 대표 프로그램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김대환 감독의 ‘초행’·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엘 모비미엔토’ 등 그간 다양성과 새로움을 인정받아 온 영화들이 다시금 관객들을 맞는다.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3편도 새롭게 공개된다. ‘노무현입니다’로 높은 관심을 모은 바 있는 이창재 감독의 ‘문재인입니다’가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동남아시아의 한 마을에서 동아프리카 어촌 마을로 떠나는 영혼의 여정을 비추며 삶과 죽음의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윤재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숨’ 또한 죽음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며 여운을 남긴다.
이외에도 다음달 24일 공개 예정인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들을 만난다. ‘박하경 여행기’는 토요일 하루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배우 이나영 주연의 영화다. 신선한 형식의 영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최민혁 감독의 VR영화 ‘소녀램프라디오’가 상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 시상식은 다음달 3일, 폐막식은 6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폐막작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다룬 김희정 감독의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선정됐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