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부터 시작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마무리할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다만 동시에 현재 인플레이션 둔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 부문 혼란에 따른 신용 위축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연내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전환) 가능성은 일축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포함해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3일(현지 시간)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금리를 올릴지는 회의별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상과 관련한) 성명문의 문구 제거는 의미있는 변화”라고 인정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이던 기준금리를 5.0~5.25%으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성명문의 주요 문구를 수정했다. 지난 3월 성명문에서 “(2% 목표로 돌아가기 위해) 정책 기조의 추가적인 공고함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표현했던 부분을 5월 성명문에서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정책 공고화가 적절한지 결정하기 위해 (이하 생략)”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정책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이같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뜻으로 6월 중단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미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있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회의 참여자들 전반에 걸쳐 인상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점점 인상 중단시점에 가까워지고있고 심지어 이미 도달했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곧장 선을 그었다. 그는 “투자자들은 선물 거래 가격에 9월부터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의 전망에는 없다고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연내 인하 논의가 구체화되려면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전망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빨리 떨어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 중 “인플레이션은 둔화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진단했던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연내 피벗에 나서는 경우는 결국 은행 혼란에 따른 신용 경색이 깊어져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는 경우에 한정되는 셈이다. 시장이 얕은 침체를 전망하면서 연내 기준 금리 인하를 보는 것과 격차가 있는 부분이다.
파월 의장도 신용 경색의 가능성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 임금, 경제성장률, 고용시장 이런 데이터를 보고 있다"며 "현 시점, 최근 6~7주간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신용 긴축이다. 중소은행들이 신용기준을 어떻게 높여나가는 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신용여건이 조여지면 경제에는 역풍이 될 것”이라며 “경제활동과 고용, 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신용 긴축이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현 시점에서 파악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착륙에 대한 희망도 여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역사적으로 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온 사례가 많지만) 나는 여전히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구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 자체가 역사적으로 드문일이며 이에 나는 여전히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테일리스크(tail risk·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현실화할 경우 큰 충격을 몰고오는 리스크)로 꼽히는 정부 부채한도 문제에 대해서는 “의회와 정부의 일이라는 점을 전제로 의견을 밝히자면 반드시 상향이 돼야 한다”며 “미국이 돈을 갚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 조차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의회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