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에서 아이디어 냈다" 명지병원, 치매 진단도구 개발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교수팀
국악·대중가요 이용해 인지장애 진단평가

치매 노인들이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백세총명학교’에서 종합인지재활 프로그램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 제공=명지병원

국악이나 대중가요를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평가도구와 이를 구현하는 장치가 개발됐다.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교수팀은 아리랑과 소고, 대중가요 등 한국 전통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음악치료에서 착안해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진단평가 도구(MBEMS·Music-Based Examination of Mental State)’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음악을 이용한 경도인지장애, 치매 진단평가는 주로 외국 프로그램을 번역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국내 노인들의 정서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적 요소들이 대거 반영된 MBEMS 검사를 개발했다. 10분간 14개 항목의 행동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세부 검사항목은 집중주의력과 계산력을 파악하기 위한 ‘리듬치기’와 장기기억력을 파악하기 위한 ‘노래 외워 부르기’, 2가지 행동을 동시에 시행하도록 하고 분리주의력, 분별능력, 전두엽 집행능력, 색인지 등 다각적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복합과제’로 구성된다.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가 개발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진단용 음악 진단평가 장치'. 사진 제공=명지병원

연구팀이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 49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 검사도구(K-MMSE-2)와 비교 연구를 시행한 결과 MBEMS 검사는 경도~중등도 이상의 인지장애 심화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K-MMSE-2와 중간 수준의 공존타당도와 높은 문항 신뢰도를 보여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를 위한 음악치료 진단평가 도구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장비로 MBEMS 검사를 구현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진단하기 위한 음악 진단평가 장치’도 개발해 특허 출원한 상태다. 이 장치는 리듬치기를 위해 손바닥 터치를 감지하는 ‘리듬부’와 북채를 두드리는 ‘소고부’, 빨강·초록·파란색의 ‘공명 실로폰부’, 노래부르기용 마이크 등 MBEMS 검사에 필요한 장비가 모두 구비되어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정도를 원스톱으로 판별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악치료가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진단평가 도구 개발에 대한 국내 연구는 미비했다”며 “우리 문화적 특성이 담긴 독자적인 진단평가 도구와 이를 검사할 수 있는 장치 개발을 통해 치매 조기발견과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는 치매 노인을 위한 종합인지재활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를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협진을 통한 ‘뇌 건강 인지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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