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지않게 집단 따돌림(왕따) 등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일본에서 현지 최대 손해보험사가 학폭 피해를 당하면 보상해주는 보험을 이르면 10월께 판매한다.
11일 애라닷·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은 오는 10월 청소년 문제에 특화된 ‘문제 대책비용 보상 특약(이지메 보험)’이라는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자녀가 왕따나 괴롭힘은 물론 스토킹을 당했을 때 변호사 비용과 심리상담비, 전학 후 새 교복비 등을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 또 아이가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가 추천한 상담 변호사에게 연락해 증거 수집이나 학교와 교섭하는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보험료는 보장 내용에 따라 월 1000엔~4000엔(약 9900원~3만9600원)대다. 입학금이나 전학 비용 등 1회당 최대 20만엔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경찰에 제출한 피해 신고서가 필요하다. 가입은 주로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3월에 집중된다. 상담은 국회 공인 심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임상심리사 외에 병원 정신과 의사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지메 보험은 가해자 및 학교 측이 괴롭힘 자체를 부정하는 등의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고자 하는 수요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요시노리 나고야대 교수는 “괴롭힘이 발생해도 교사나 교장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이에 학부모들은 변호사나 보험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현상을 설명했다.
앞서 현지의 다른 보험사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판매 첫해와 비교해 올해 가입자가 7.3배 증가했다. 이번에 일본 최대 손배사에서도 학폭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른 곳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끈다.
한편 일본에서는 2021년 도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나는 너희의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내려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학습용으로 나눠준 태블릿PC를 통해 피해 학생에게 “죽어버려” 등 욕설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다. 같은 반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이를 지켜봤으나 말리거나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문제 행동·등교 거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도 학폭 인지 건수는 61만5351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도와 비교하면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등을 사용한 온라인 괴롭힘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초등생 사이에서 벌어진 온라인 이지메가 2.6배 늘어 중·고교 학생(1.3~1.4배)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