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꽃밥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나무에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꽃을 피워서 밥을 짓다니 마법처럼 보입니다. 할머니의 부지깽이가 아궁이 드나들 때마다 마른 가지들이 꽃을 활활 피워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무들의 마지막 꽃이 불꽃인 줄도 새삼 알겠습니다. 오월의 이팝나무 꽃이 밥물이 넘쳐서 피운 걸 알겠습니다. 세상에 안개가 자욱한 것은 돋보이게 할 어떤 꽃을 준비한 까닭일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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