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고교생까지 '공간학습 성지'된 더현대서울

■더현대서울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 인기
'미술관 도슨트' 방식 단체신청
독특한 공간 운영·전략 등 설명
다양한 트렌드·새 문화도 공유
국내외 대학생·소상공인 참여
건설·여행사 직원 단체 방문에
네슬레·포르쉐·다이슨도 견학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제주여상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 일정 중 하나로 ‘더현대서울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 백화점 주요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눈에 띄는' 단체 손님이 등장했다. 앳된 10대 소녀들이 20여 명씩 4~5개 조로 나뉘어 백화점 곳곳을 돌며 누군가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이 매장은 천장에 40대의 카메라가 달려 있어요. 고객이 입장하면 움직임을 하나 하나 감지하죠." 인솔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무리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우와" "40개가 달렸다고요?" 곳곳에서 탄성과 질문이 쏟아지자 추가 안내가 이어졌다. "이곳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한 국내 업계 첫 무인 매장 '언커먼스토어'입니다. 카메라와 150여 개 무게 감지 센서가 있어 고객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고, 사전에 등록해 놓은 결제 수단으로 자동 결제가 이뤄져요. 여러분처럼 어리지만 신기술에 친숙한 고객들을 겨냥한 매장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



6월 1일까지 운영되는 더현대서울 더흰디 팝업스토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곳곳을 둘러보기 바쁜 소녀들은 제주여상 학생들. 제주여상 2학년 200여 명은 서울 수학여행 코스 중 하나로 이날 더현대서울을 방문해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난해 일부 학급이 체험한 뒤 반응이 좋자 올해는 한 학년 전체 프로그램으로 일정을 짠 것이다. 같은 그룹에서 투어를 돌던 구여진양은 "수학여행 코스 하면 떠오르는 뻔한 관광지가 아니라 다양한 트렌드와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라 더 재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혁건 제주여상 2학년 부장은 "특성화고 아이들이기에 취업과 관련한 직업 탐방의 기회도 되고, 입점한 다양한 업체와 업태를 두루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올해 수학여행에 벤치마킹 투어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 일정 중 하나로 ‘더현대서울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 백화점 주요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수학여행 뿐만이 아니다. 더현대서울의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은 국내외 대학과 기업, 관공서, 여행사 등의 연수·탐방 코스로 입소문을 타고 매 신청 회차마다 조기 마감될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더현대서울이 파격적인 공간 및 콘텐츠 구성으로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했다면, 벤치마킹 투어는 이 같은 강점을 상품화해 '파는 곳'이라는 백화점의 정체성 범주를 '경험'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현대백화점(069960)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의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에는 2022년 7월 개시 이후 4월 말 기준 311개 팀, 총 1500여 명이 참여했다. 벤치마킹 투어는 더현대 서울의 공간 활용 및 운영 방식, 마케팅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약 1시간 동안 주요 공간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미술관의 작품을 상세히 소개해 이해를 돕는 '도슨트 투어'처럼 개별 공간과 매장을 설명하며 백화점 공간 전체의 콘셉트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신청자의 직업과 규모에 맞춰 백화점 측이 투어 코스와 내용을 구성한다. 노하우 공유 차원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 취업·창업 준비생(28.4%), 소상공인(25.4%) 등의 참가율이 높았다. 지금까지 서울·연세·홍익대 등 국내 대학 학생들은 물론 독일과 영국 등 해외 대학의 건축·경영·경제 전공자들이 공간 인테리어·경영·마케팅과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투어를 했고, 유통 관련 업체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외국계 회사와 여행사 등 기업 단체 참가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있는 스트리트패션 편집숍 '피어' 매장 전경/사진 제공=현대백화점

올 1월 국내 한 건설사 신입사원 80여명을 대상으로 공간 사례 견학이 진행됐고, 여행사 직원 30여 명이 국내 여행 상품 개발을 목적으로 다녀가기도 했다. 네슬레, 포르쉐, 다이슨, 아마존웹서비스 등 글로벌 기업의 방문도 이뤄졌다.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하는 송지은 판매기획팀 선임은 "매달 투어 진행 횟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마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대상 투어가 확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이유부터 휴게 공간을 많이 둔 이유, 매장에 물건을 쌓아두는 매대가 없는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에 조성됐던 ‘H빌리지’/서울경제DB

더현대서울의 이 같은 행보는 '고객이 방문해야 할 새로운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커머스의 확산으로 어디서나 손쉽게 쇼핑이 가능한 시대에 '파는 곳'에 국한했던 백화점의 범주를 '경험하고 즐기는 장소'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입점에 열을 올리는 대신 ‘팝업 전용 공간’을 두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행사를 동시 다발로 개최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큰 효과를 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