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한국 수출에 한파가 불고 있다.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5% 이상 줄어들며 15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는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미국으로의 수출도 두 달 연속 약화되며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줄어든 324억 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역시 15.3% 줄어들었지만 수출 감소 폭이 더 커 무역수지는 43억 4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마이너스며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적자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 4800만 달러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60%를 넘겼다.
반도체 부진이 뼈아프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5.5% 줄어들며 월간 기준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외 석유제품(-33.0%), 정밀기기(-20.9%)도 부진하다. 승용차(54.7%)가 그나마 갑갑한 우리 수출의 숨통을 틔웠다.
국가별로는 중국으로 수출이 23.5% 쪼그라들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나마 상승세를 이어가던 대미 수출도 하락 반전했다는 점이다. 2월까지만 해도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2% 늘어나며 수출 약세를 방어하고 있었지만 3월 들어 증가 폭이 1.4%로 쪼그라들더니 4월 -4.4%, 5월 -2.0%로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 확산으로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우회 조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대미 수출 시 중국산 소재·부품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역수지가 이달을 넘기면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며 “5월이 지나면 (무역수지) 적자 폭이 개선되고 올 4분기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대외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역시 “늦어도 9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