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공동주택 내 부엌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스쿠터가 폭발해 순식간에 집안이 불길에 휩싸이는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런던 소방대(LFB)는 이날 전기 스쿠터의 화재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고는 지난 13일 런던 북서구 브렌트구 할레스덴의 한 2층 주택 공동취사장에서 발생했다.
주방과 거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당시 부엌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스쿠터에 불꽃이 튄 후 리튬전지가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이 전기 스쿠터의 주인인 입주민 델 윌리암스(37)는 방화포를 가져와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불길이 너무 거세 진화를 포기하고 집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이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델은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경비원인 델은 2주 전 온라인 매장에서 런던 여행을 할 때 타고 다닐 전기 스쿠터를 구매했다. 그는 반려견이 충전 중인 스쿠터를 건드리는 걸 피하려고 자기 방이 아닌 공동취사장에서 충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델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어서 기쁘다. 연기를 흡입해 8시간 병원에서 보냈지만 귀가했다”며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돔 엘리스 런던 소방대 부대장은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배터리에 일단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번져 탈출하기 힘들다”며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배터리를 폭파해 거센 불길이 번진다”고 말했다.
델은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에게 “전기 스쿠터를 집안에 보관하지 말고 외부에서 충전하라”며 “충전 중에는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런던 소방 당국이 리튬 배터리 충전 시 발생하는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ChargeSafe(안전충전)’ 캠페인을 실시하는 기간에 벌어졌다. 리튬 배터리는 주로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 등에 사용되는데, 런던 소방대 측 자료에 따르면 런던에서는 올해만 48건의 전기 자전거 화재와 12건의 전기 스쿠터 화재가 발생했다. 일주일에 3번꼴로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당국은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를 가능한 차고나 창고 등 안전한 장소에 보관할 것 △배터리 및 자전거 페달 등 튜닝 금지 △안전 기준을 충족한 정품 충전기 사용 △충전 전 배터리 열 식히기 △충전 완료 후 충전기 분리하기 △충전 완료 알람 설정하기 등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1000~3000파운드(약 163만~490만 원) 고가 전기 자전거나 개조가 가능한 약 400파운드(약 65만 원) 제품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것과 달리, 온라인에서 구입가능한 저렴한 수입품들은 안전검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는 온라인상에서 175파운드(약 29만 원) 이하의 적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고 과열·합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델 윌리암스는 450파운드(약 73만 원)을 주고 전기 스쿠터를 구입했음에도 무서운 폭발 사고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