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생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할 예정이었던 ‘법학 경시대회’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법학 경시대회 입상이 로스쿨 입학의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학점과 토익,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기도 벅찬데, 경시대회까지 입학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초 오는 8월 26일 전국 대학생 및 법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제 1회 전국 법학 경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헌법·민법·형법 세 과목에 대해 각각 40문제씩 객관식으로 치르는 방식이다. 변협은 “법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취업과 진학 과정에서 출신에 상관없이 법학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번 대회를 마련했다”고 개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경시대회 개최 사실이 알려지자 로스쿨 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의 로스쿨 입시에 있어 중요한 학점, 토익점수, LEET 점수 이외에도 법학 경시대회 수상 이력이 정성평가 요소로 작용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로스쿨 준비생 김 모 (26) 씨는 “로스쿨 입시를 위해 재수, 삼수까지 하는 마당에 이런 시험이 생기면 스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준비생 이 모 (23) 씨도 “법학 지식 없이 누구나 법률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는 시험”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로스쿨 재학생들도 경시대회 도입이 로스쿨 제도를 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변호사시험이 객관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객관식 방식으로 시험을 또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로스쿨 재학생은 “시험 결과를 토대로 로스쿨 재학생들이 일반 대학생들보다 법학 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변협은 경시대회 개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변협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다”며 “향후 법학 지식을 직접적으로 묻는 대신 적성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 형태를 충분히 연구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취업난에 전문직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로스쿨 입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1만 4620명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