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 없는 '전액환불보장'에 넘어가…지역주택조합 피해, 이렇게 당했다

[지역주택조합 난맥상]
보증서 믿고 가입했는데 효력 기대 어려워
자금력 없는데다 총회 결의 등으로 환불 미뤄
소송서 이겨도 곧장 돌려받기 쉽지 않아


“지역주택조합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들어보긴 했었죠. 하지만 전액환불보증서까지 제공하고 분양가도 인근 신축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2021년 대전 용운동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가입한 A씨는 이 같이 토로했다. A씨가 가입한 조합은 수백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등을 받았으나 수년째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하는 등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조합이 파산 상태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조합원들은 업무 대행사 관계자와 추진위의 전 임원, 신탁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198482?sid=101)


‘원수에게 권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낮은 성공률을 보이는 지역주택조합에 A씨를 가입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방은 ‘전액환불보증서’였다. 해당 보증서에는 ‘조합이 특정일까지 조합 설립인가 신청을 못할 경우 탈퇴나 환불을 희망하는 조합원에 한해 조합원이 납부한 분담금 및 업무지원 컨설팅 용역비 전액을 환불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A씨는 이를 믿고 8500만 원을 지불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증서에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환불 및 탈퇴를 원하는 이유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 경우 환불할 자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환불할 자금을 가지고 있더라도, 환불을 위해서는 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며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도 크다.


보증서 자체에도 함정이 있다. A씨가 받은 보증서의 경우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힌 ‘조합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적인 변심에 의해 조합 아파트 신축사업의 진행을 회피하거나 임의로 조합을 해산하는 경우는 (환불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함정이라고 법률 전문가는 지적한다. 조합원들이 조합이나 업무대행사에 불만을 가져 이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밟거나 추가분담금 지급 및 추가 대출을 거부하면 조합은 이를 ‘사업의 진행을 회피하는 경우’라고 주장하며 환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원이 늦어지는 사업 진행에 반발해 남은 분담금이라도 건지고자 조합 해산을 추진하면 ‘조합을 해산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시 환불을 거부하는 논리로 사용될 수도 있다. 지역주택조합 전문가인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변호사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환불보증서나 안심보장증서는 허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보증서의 효력과 별개로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탈퇴 및 환불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부분 승소로 이어진다. 이 같은 증서를 교부하는 과정에서 총회 결의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토지확보율 등도 거짓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법원은 이를 조합의 ‘기망행위’로 인정해서다. 실제로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B씨는 조합을 상대로 계약금 등 약 5900만 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지난해 승소했다. B씨는 토지의 약 80%를 확보해 바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는 상태라는 조합의 말에 넘어가 조합에 가입했는데, 이 같은 토지확보율은 거짓이었으며 조합은 수년간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성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인 C씨와 D씨 역시 특정일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을 보장한다는 ‘안심보장증서’를 믿고 각각 8500만 원과 8100만 원을 지급했으나,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분담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계약 체결의 중요한 동기인 증서의 내용 및 효력에 관해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원고들을 기망했고 원고들은 이에 속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곧바로 계약금과 분담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합이 환불할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조합원이 자격을 상실했을 경우 새로운 조합원이 계약금 등의 분담금을 모두 입금해야 분담금을 기존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에게 반환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한 지역주택조합원이 제기한 납입금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탈퇴 등의 사유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해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잔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반환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의 부담을 부가하지 않으면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을 대체하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모집될 때까지 분담금의 반환을 보류하는 것을 적절하나 이익의 조정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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