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호로 문을 열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을 22일 찾았다. 1986년 버지니아에서 시작한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갤러리아(452260)는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주도로 파이브가이즈를 한국에 들였다.
매장 운영을 맡을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이 자리에서 언론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었다. 브랜드 철학과 운영 방침을 소개했다. 주방과 메뉴도 공개했다.
먼저 조리 과정을 지켜봤다. 파이브가이즈 매장에는 냉동고와 전자레인지가 없다. 버거에 들어가는 15가지 토핑 재료는 매일 냉장 배송된다.
패티는 매장에서 수작업으로 굽는다. 주방에는 주 5회 신선하게 구워 배송된다는 번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많은 수의 직원들이 손수 일사불란하게 조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품질은 오전과 오후 ‘캘리브레이션’으로 유지한다. 캘리브레이션은 식재료의 상태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장 직원들은 매번 원재료를 점검하고 감자튀김의 굽기 상태 등을 확인한다.
파이브가이즈는 한국에서도 미국 본토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도 “오리지널리티 유지가 장점”이라며 “전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로컬 메뉴와 시즌메뉴 출시가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로 국내만의 현지화된 메뉴는 없다. 대신 취향에 맞게 토핑을 조합해 자신만의 버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햄버거 △치즈버거 △베이컨버거 △베이컨치즈버거 등 8가지 종류의 버거와 무료로 제공되는 15가지 토핑을 조합하면 메뉴 수는 무한정 다양해진다.
토핑을 담은 베이컨 버거와 중간 사이즈의 프라이, 밀크쉐이크를 함께 주문했더니 3만 3700원이 나왔다. 레스토랑에 가까운 가격이다. 하지만 미 본토보다는 13%, 아시아·태평양 직영점이 있는 홍콩보다는 17% 저렴하게 책정됐다.
맛을 봤다. 소고기 패티는 기본 두 장이 들어간다. 버거는 한 입에 베어물기 어려울 정도로 두툼했다. 입안 가득 소고기 향이 퍼졌다. 본토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감자튀김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도 차고 넘치는 양이었다. 냉동 제품 대신 생감자를 썰어 땅콩기름으로 튀겨냈다. 품종을 고르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오픈 시점에는 전라도 고성에서 들인 감자가 쓰인다. 미국의 감자 품종 ‘러셋’과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전국을 돌며 골라냈다고 에프지코리아 측은 전했다.
메뉴는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국내에 시판되는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기름기와 염도가 높은 ‘미국 맛’이었다. 8가지 맛을 취향대로 조합할 수 있는 밀크쉐이크는 점차 레시피가 퍼지면서 인기를 끌 가능성이 엿보였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전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하다. 매장 내 벽면에는 파이브가이즈 버거를 설명하는 각국의 언론 보도가 액자에 걸렸다. 브랜드가 자리잡고 나면 언젠가 국내 언론의 기사도 한 켠에 걸릴 지 모를 일이다.
이번 파이브가이즈의 진출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나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인근에는 쉐이크쉑과 슈퍼두퍼 매장이 자리잡아 버티고 있다.
쉐이크쉑은 터줏대감 격이다. SPC그룹이 들여온 쉐이크쉑은 지난 2016년 일찌감치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론칭 당시엔 2~3시간 이상 대기줄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매장 수도 7년 만에 25개까지 늘었다.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25%에 달한다.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현지화를 통해 고속 성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고든램지버거와 슈퍼두퍼도 가세했다. 고든램지버거는 단품 최고 14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전략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이달 말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2호점을 낸다.
bhc그룹의 슈퍼두퍼는 육즙이 많고 진한 고기 맛을 강조했다. 사료나 호르몬제, 항생제 투입 없이 친환경으로 방목해 만든 소고기 패티가 특징이다. 게다가 강남점은 슈퍼두퍼의 첫 글로벌 매장이라 의미도 깊다.
여기에 3~4년을 주기로 한국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인앤아웃도 최근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한국 진출을 정식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앤아웃도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