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배터리 세계 일류로" 과감한 개편…LG 시총 3배 키웠다

◆구광모 회장 취임 5주년
고객·미래 키워드로 혁신에 집중
휴대폰 정리하고 OLED 등 육성
ABC 신성장 분야도 54조 베팅
매출 1.4배 증가 등 빛나는 성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LG

“사업 진행에서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 없이 말해주세요.”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계열사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하는 말이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회장’이 아닌 ‘대표’로 칭하고 있다. 회장으로서 명령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로서 오히려 책임을 더 무겁게 지겠다는 각오가 그의 발언에 담겨 있는 것이다.





구광모호(號)가 29일 출범 5주년을 맞이한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당시 40세 젊은 나이였던 구 회장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그룹을 책임지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LG는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부터 기업가치 평가까지 한 단계 이상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의 취임 이후 LG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3배 이상 뛰었고 전체 매출액도 1.4배가량 상승했다.


◇미래 먹거리에 54조 투입=구 회장은 취임 직후 ‘고객 가치’와 ‘미래 준비’라는 큰 틀의 키워드를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룹의 명확한 지향점을 다시 한 번 제시한 바 있다.


미래 준비에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일찌감치 낙점한 배터리·전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향후 5년 간 ABC를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분야에 약 5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중추인 충북 오송 LG화학(051910)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 연구 거점인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겼다.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내세워 과감하게 개편했다. 2021년 LG전자(066570)의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 철수가 대표적이다. 2019년 LG디스플레이(034220)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과 LG유플러스(032640)의 전자 결제 사업을 정리했고 2020년에는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에 매각했다.


이처럼 과감한 사업 정리로 얻은 여력을 OLED·배터리·전장 등 성장 사업으로 돌렸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성과를 내면서 새로운 LG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적으로 입증, 달라진 LG=지난 5년간의 경영 성과 또한 긍정적이다. 갑작스러운 회장 취임에도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면서 대외적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LG그룹 7개 상장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 원에서 지난해 190조 원으로 37.7% 늘었고 영업이익은 4조 6000억 원에서 8조 2200억 원으로 77.4%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88조 1000억 원에서 올해 6월 23일 기준 242조 1021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커졌다. LG그룹 상장사 11곳의 직원 수는 2018년 11만 2395명에서 지난해 12만 953명으로 8558명(7.6%) 증가했다. 2018년 29명이었던 여성 임원도 올해 6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력 사업인 전자·통신·화학 등에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집중 육성해 온 배터리·전장은 ‘글로벌 1위’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 잔액은 12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등 위기 극복과 함께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내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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