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 가능할까…법조계 “판결보다 재판 지원에 도입”

대법원 양형연구회 ‘AI와 양형’ 주제 심포지엄 개최


인공지능(AI)이 판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직 판사를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재판 지원 업무에는 활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26일 오후 ‘AI와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오세용(47·사법연수원 3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인공지능이 법관을 대신해 재판을 진행하고 기록을 검토, 판결문을 작성하는 업무까지 맡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른 판단이 법관의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실질적으로 ‘적법절차 원칙’이라는 헌법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종원(38·사법연수원 41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실제 미국에서 양형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재범 가능성 인공지능 컴파스(COMPAS)에 대한 연구에서 인공지능이 유독 흑인에 대해 더 높은 양형 의견을 도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러한 기계 편견은 형사법 분야에서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AI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양형연구회 제10차 심포지엄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법원

소송기록에 남지 않는 재판 참여자의 비언어적 행위나 법률 조항에 담기지 않은 사회적 상식과 규범을 인공지능이 판단에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인공지능 판단 알고리즘이 불투명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점, 학습을 위해 판결문을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점도 해결 과제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다만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정리·분석하는 역할은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라는 의견을 냈다.


김정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을 보강 또는 보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률데이터 기업 엘박스의 이진 대표는 “새로 접수된 사건의 메모 작성 및 텍스트 내용 요약, 사실관계 확정 및 판단, 유사 하급심 사례 조사, 판결문 초안 작성 등의 업무를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독일·프랑스·일본에 비해 매우 과도하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법관의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모든 법관의 코트넷(법원 내부망) 계정에 ‘인공지능 재판연구원’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지원뿐 아니라 양형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혜진 한양대 법전원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해 온라인상 게시글이나 댓글에 나타난 국민의 법 감정을 수집·분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예측하고 개별 판결의 양형 결과를 수집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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