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근래에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 발언으로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견제 의식이 보수·진보층을 가리지 않고 팽배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0~30대 연령층 청년의 친미 반중 정서가 중년은 물론이고 6·25전쟁 등을 겪은 노인층보다 두드러진 것으로 진단됐다. 이런 가운데 상호주의 원칙을 앞세워 여권이 추진하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자격 요건 강화’ ‘투표권도 제한’에는 국민 60% 이상이 찬성해 반중 정서가 구체적인 대내외 정책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향을 물은 결과 ‘중국과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5.1%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6.8%에 달했다. 응답자의 56.0%가 ‘미국과 중국 사이 중립과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대별로 들여다보면 MZ세대에서 ‘반중 친미’ 정서가 한층 더 두드러졌다. 한미 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44.8%, 45.2%로 절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20대와 30대는 각각 2.9%, 2.6%뿐이었다. 50대와 60대에서 중국과 밀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6.9%, 7.1%로 젊은 층의 두 배 이상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미세먼지, 코로나19 발병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된 상황에서 최근 싱 대사의 경솔한 발언이 중국에 대한 반감을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젊은 층은 자유·권리 등을 중시하는데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포털을 차단하는 권위주의 행태로 다양성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국내에 거주하는 10만 중국인을 겨냥해 추진하는 ‘외국인 피부양자 건강보험 자격 요건 강화’ ‘외국인 투표권 제한’에 대해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공감대를 보였다. ‘외국인 피부양자(배우자·미성년 자녀 제외)는 체류 6개월 이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도록 자격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70.8%가 찬성했고 반대는 25.3%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동조 여론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74.1%가 찬성해 국민의힘 지지층(68.3%)보다도 높았다.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행사 제한’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61.0%가 ‘한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국가 출신의 외국인은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처럼 ‘외국인 영주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35.5%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