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덕에 반도체 손실 줄여…차세대 메모리로 '업턴' 이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선방'
2008년 이후 영업익 최저 불구
증권가 추정치 2배 웃돌아
삼성D·하만도 위기뚫고 선전
차세대HBM·D램 출격 채비
고부가 제품으로 반등 모색
美긴축·원가절감 등은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사의 잠정실적이 공개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1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희망을 본 것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 손실 규모를 줄이면서 전체 영업이익을 시장의 기대보다 높였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3,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이후부터 재고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이에 따른 경기 둔화의 움직임이 강해진다면 회복은 생각보다 더딜 수도 있다. 여기에 세트 업체들의 수요 및 원가 절감 정책 등의 변화 역시 관심사다.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연결 기준 2분기 잠정실적(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은 지금까지 기대했던 회사의 실적으로는 ‘최악’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008년 4분기 이후 14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그래도 증권가가 예상했던 영업이익 추정치(2818억 원)를 넘어서면서 ‘기대보다는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전격적인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수조 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의 영업손실이 3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분기(-4조 5800억 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조 단위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다. DS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가 1분기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본격적인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전사 차원으로도 한때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나올 만큼 우울했던 상황에서 시장 전망치보다 영업이익 규모를 키우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감산 효과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부가 차세대 메모리의 수요 증대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4세대 HBM인 HBM3와 차세대 D램인 DDR5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으로 HBM3 수요가 크게 늘고 있고 다음 세대인 HBM3P 출시도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구도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은 5일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HBM3·HBM3P가 내년에는 DS 부문의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HBM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라고 경쟁력을 강조했다. DDR5에 대해서도 “연말이면 삼성전자의 D램 평균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 업계 전체로 보면 삼성전자의 감산이 가격 반등 시점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2·3위인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감산 선언보다 늦은 4월 감산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1위의 감산 동참에 D램 가격 하락세도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2분기보다 최대 5%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 분기 대비 낙폭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대만 TSMC와 경쟁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평균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업계 최초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핵심 무기다. 최근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으로 황상준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정기태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개발 역량을 쇄신하기 위한 ‘핀셋 인사’도 회사의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분기 반도체 부진을 메웠던 스마트폰(MX)사업부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흑자 규모가 2조 원대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간극은 수요 위축 와중에도 8000억 원대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전장(자동차 전자 장치) 자회사인 하만(2000억 원 흑자 예상) 등이 선전하면서 메웠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수요 회복이 더디기는 했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업턴(상승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증권가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보면 올해 9조 5986억 원으로 낮아졌다가 2024년 37조 1118억 원, 2025년 50조 8135억 원 등으로 급격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해 2024년 하반기부터는 매 분기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며 “2025년까지 사이클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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