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불황의 늪에 빠진 가구업…한샘 등 2분기도 대규모 적자 전망

가구 4~5월 내수출하 전년 대비 16% ‘뚝’
시장선 한샘 4개 분기 연속 적자 전망도
최악의 업황에 대규모 구조조정 소문도

올해 2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가구단지 모습. 서울경제DB

가구 업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경기 침체 등 급격하게 달라진 영업 환경을 맞닥뜨리면서 장기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샘(009240) 등 주요 가구 업체들은 올 2분기 실적반등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설까지 나돌 정도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가구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75.2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89.7) 대비 16.2% 하락했다. 2013년 이후 10년 간 최저였던 올 1월 75.0에 비해 불과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특수로 호황기를 맞았던 2021년 약 120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가구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가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팔려나가는 수준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2020년을 기준값 100으로 이 보다 출하가 활발하면 100을 넘고, 100 이하면 반대의 상황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주요 가구업체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샘의 경우 올 2분기 예상영업손실이 74억 원으로 1분기에 이어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예상이 현실화하면 한샘은 사상 초유의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5월까지 누적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2만 2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작년보다도 15% 감소했다”며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구 부문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샘 이외의 다른 가구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가구 업체 관계자는 “분기 실적 집계가 끝난 상태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 공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는 올 1분기와 같이 올 2분기도 매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구 업체 관계자도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이 가구를 사는 데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구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업체들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제기될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A 업체의 경우 최근 사내에 차장·부장급을 대상으로 200~300명 가량 권고사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점차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결국 A사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일부 업계는 아예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에이스침대(003800)는 재고관리를 위해 올 5월부터 8월까지 기존 주 45시간 근무를 주 43시간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 업계는 불황이 1년 넘게 지속된 만큼 바닥을 찍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장의 관측은 우울하다. 가구 제품 특성상 교체 주기가 긴 탓에 2~3년 전 매출 증대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마철, 여름휴가를 포함하는 3분기 수요가 2분기에 비해 극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