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기획에 1년 훌쩍…공공재건축 지지부진

망우1·중곡, 정비계획 변경 답보
자문회의 6개월간 달랑 한번 그쳐
"시공사 선정 밀려 공사비만 오를판"
새정부 출범이후 사실상 폐지 수순
기부채납 비율 낮추는 등 특단 필요


정부의 도심 주택 공급 사업인 공공재건축이 제도 도입 4년 차를 맞았지만 진척을 보이지 못하며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선도 사업지 중 일부는 정비계획 변경 절차에서 1년 넘게 묶여 있어 후속 절차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다. 새 정부 들어 민간 재건축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공공재건축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선도 사업지인 서울 중랑구 망우1구역과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서울시 사전기획 단계에 막혀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공재건축 1호 사업장인 망우1구역은 가구 수 증가와 도로 변경 등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약 1년 3개월간 사전기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려던 조합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계획과 달리 반년 넘게 지연된 것이다.


중곡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사전기획에 착수했으나 1년가량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중곡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사전기획 착수 이후 최근까지 사전기획 자문회의는 단 두 차례 열렸다. 조합원들은 반년에 한 번꼴로 회의가 이뤄지는 등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비계획 변경 시점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한다. 조합 관계자는 “신속한 사업을 기대하고 공공재건축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곡아파트는 지난해 8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첫 번째 입찰에서 유찰되자 같은 해 12월 추가 입찰 공고를 내려고 했으나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사전기획을 마친 뒤에 시공사를 선정하라는 서울시 권고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자 조합은 6월 평당 공사비를 기존 65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대폭 올려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사전기획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만 오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재건축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0년 정부의 8·4 공급 대책으로 도입된 공공재건축은 LH 등 공공 참여로 용적률·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고 신속한 인허가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늘어난 용적률의 50%(공공분양 및 임대 각 25%)는 공공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그러나 시범단지 성격인 선도 사업지조차 인허가 절차에 애를 먹으며 원활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재건축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서울시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인해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만한 이유가 사라진 탓이다.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공공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용적률 완화와 통합심의 등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에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는 올 3월 공공재건축 추진을 검토하다 철회한 바 있다. 특히 선도 사업지 4곳(망우1구역, 중곡아파트, 영등포 신길13, 용산 강변강서) 외에 공공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서초구 신반포7차 1곳에 그치는 등 추가 후보지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재건축에 따른 경제적인 메리트나 사업 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에서는 ‘내놓은 자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공공재건축 사업장의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거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면제하는 등 혜택을 부여해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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