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좁은 주차장에서 차를 긁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셀프 힐링 기술 덕에 범퍼에 스크래치가 나도 원상 복구되기 때문이다. 작은 손상 때문에 보험사에 연락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미래 기술의 단면이지만 이 같은 일이 3년 뒤인 2026년에는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005380)그룹이 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여섯 개의 나노 소재 기술을 공개했다. 선행기술원에서는 나노 단위의 작은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의 신(新)소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나노 기술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소개된 기술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이다. 상온에서 별도 열원이나 회복 촉진제 없이도 2시간 만에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준다.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이 기술을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여인웅 책임연구원은 “셀프 힐링 기술을 2~3년 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부담을 줄여주는 태양전지 기술도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의 ‘투명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광전 효율이 30% 이상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기반으로 차량의 모든 글라스에 적용해 발전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불투명 실리콘 태양전지가 차량 지붕 부위에만 적용돼 한계가 컸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탠덤 태양전지’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자체 시험 평가에서 30% 이상의 에너지효율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태양광발전만으로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는 전기차의 자체 태양광발전만으로도 일상 주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소비전력을 줄이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에도 별도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또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발열시트에 적용돼 탑승자 체형 부위에만 열을 가하고 필요없는 부위의 발열을 억제해 전력 소모를 줄인다.
이종수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장(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근간에는 기초이자 산업 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