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재량이 인정된다.”
헌법재판소가 20일 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정을 두고 올 3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합헌 결정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정당’으로 인한 양당 체제의 심화를 인정하면서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편향적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날 헌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2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핵심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꼼수 논란을 빚은 ‘위성정당’에 대한 위헌성 판단이었다. 청구인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적용받는 공직선거법 조항들의 각 ‘정당’에 위성정당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소수 정당의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의석 배분 조항은 위성정당 창당과 같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연동을 차단시키기 위한 선거 전략을 통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으나 개정 전 공직선거법상의 병립형 선거제도보다 선거의 비례성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선거에서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투표 가치를 왜곡하거나 선거 대표성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의석 배분 조항은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 외에도 헌재는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누는 조항과 투표 수 계산을 사후 보정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거나 청구 기간을 넘겼다며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는 선거제도의 형성에 관해서는 헌법 제41조 제1항에 명시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과 자유선거 등 국민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는 한 어느 특정한 선거제도가 다른 선거제도와 비교해 반드시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재량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임기 내 이번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놓을 경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헌재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결정에서도 올 3월 ‘위장 탈당’ 등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국회 입법권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취지로 합헌 결정을 내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결정에도 헌법재판관들의 구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