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사라진 ‘개천 용’…“부자일수록 아이비리그 입학 쉬워”

하버드 연구팀 24일 보고서 발표
“재능은 균등 분배돼도 기회는 다르게 주어져”
美 명문대 재학생 6명 중 1명은 상위 1% 출신
운동선수, 동문가족 우대, 비학업 등급 우대 탓
시험 점수 같아도 초부유층 출신 합격 가능성 2배↑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도 더 이상 공부를 통한 ‘개천에서 용 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스탠퍼드, 듀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시카고대 등 미국의 12개 명문대학 재학생 6명 중 1명은 상위 1% 가정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 시간)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부유한 가정 수험생일수록 명문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입시 결과를 추적한 결과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점수가 동일할 경우 경제력 상위 1% (연 소득 61만 1000 달러 ·한화 약 7억 80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수험생의 합격 가능성이 다른 수험생들보다 34% 높았다.


부자일수록 우대받는 경향은 강하게 나타났다. 경제력 상위 0.1%인 초부유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일반 학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2배 높았다. 특히 아이비리그 소속 다트머스대의 경우 0.1% 가정 출신 수험생의 합격 가능성은 평범한 가정 출신보다 5배나 높았다.


일반적으로 부유층 가정 자녀들이 유리한 교육환경 때문에 SAT 점수 등 학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구 구성 비율상 불균형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명문 대학 출신인 경우 명문대학원 및 대기업에 합격할 확률 역시 연쇄적으로 커진다고 NYT는 부연했다.


체티 교수팀은 핵심 원인으로 동문 출신 가족이 있거나 고액 기부자의 자녀인 경우 혜택을 주는 레거시 입학 제도를 지목했다. 해당 제도가 ‘부의 대물림’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또한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 출신에 가점을 주는 제도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펜싱 등 일부 특수 스포츠 종목 특기생의 입학도 부유층 자녀의 합격률을 끌어올렸다. 이같은 우대 제도를 없앨 경우 반대로 소득 하위 95% 학생 합력률이 증가했다.


체티 교수팀은 12개 대학 외에 뉴욕대(NYU), 노스웨스턴대 등 명문 사립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지만 텍사스주립대, 버지니아주립대 등 공립대학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립대의 경우 가정 경제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명문대 입시 과정에서 학력·수상 경력·자기소개서 등 서류상 조건 외에 수험생 가정의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한 이번 연구는 1999년~2015년 사이 대학생 부모의 소득세와 2001년~2015년 사이 미국 대입 자격시험 점수를 분석했다.


수전 다이너스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아이비리그 대학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원하지 않고, 이 때문에 실제로 저소득층 재학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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