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선고 기일을 예정보다 2주 앞당겼다가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라며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차를 대신 팔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4억5000만원 상당의 돈과 차를 가로채고 145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기소된 혐의 중 일부가 이미 판결이 확정된 다른 사건과 겹쳐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징역 2년과 징역 6개월로 분리해 선고했다.
A씨가 항소로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3월8일 첫 재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면서 선고기일을 4월7일로 정했다. 이후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3월24일로 변경했지만 A씨에게 따로 고지하지는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피고인을 소환해 기일을 통지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교도관 지시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A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선고기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일자에 판결 선고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는 원심판결의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었다며 "변론 종결 시 고지됐던 선고기일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변경해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