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1년이 지나도록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되짚어볼 공식 백서 하나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 20%대 추락이라는 최악의 민심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처방 없이 임기응변식 대정부 투쟁으로 국면 전환만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2년 3월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16개월이 넘도록 대선 패배의 원인을 자성하기 위한 '백서’ 발간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엄청난 패배를 겪고도 우리 스스로의 부족함을 국민 앞에 드러내지 못하는 몰염치한 정당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새로고침위원회’가 유권자 지형을 분석한 결과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기득권’과 ‘내로남불’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위원회는 보고서에 “전통적 지지층에 안주하면 소수파로 전락한다”고 직언했다.
민주당은 당의 정체성과 다른 행보로 지지율 저하를 부채질했다. 진보 정당의 핵심 가치인 ‘인권’을 외치면서도 정작 북한의 인권문제 지적에는 소극적이었다. ‘공정 사회’를 주창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조민·조원 씨)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두둔하기에 바빴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면서 거대 기득권 노동단체에 끌려다녔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민들은 이제 민주당을 진보 정당이라고 전혀 느끼지 않는다"며 “정치 공학적 시각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통찰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도 “중도를 넘어 합리적인 상대편까지 포괄해야 ‘국민의 정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이라도 특정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전략 대신 전체 국민의 미래를 걱정하고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해다.
이 와중에 민주당에 민심을 전해야 할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도리어 연이은 말실수로 표를 깎아 먹고 있다. 최근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 대유행으로 학력 저하를 겪은 청년 세대에 빗댄 발언으로 지탄 받은 데 이어서 지난 8월 30일에는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오해를 살 발언으로 ‘노년층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혁신위 측은 “1인 1표의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논란이 터진 뒤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혁신위가 본래 해야 되는 일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당내 조직 기반 강화 역할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