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여야 정치권이 국회에서 세(稅) 감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리는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세금 감면 일몰 기한을 연장하거나 특례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3일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여야 의원들이 비용추계서를 첨부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만도 총 83건에 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48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35건에 이르렀다.
이 법안들 가운데 4분의 1가량인 20건이 농업 관련 세금 감면 법안이다. 선거철이면 농촌의 표심을 노리고 기승을 부리는 만성적인 포퓰리즘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그중에는 동일한 법안 내용에 일몰 기한만 살짝 바꾼 ‘짝퉁 법안’도 한둘이 아니다. 올해 말 종료되는 농·임·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감면 기한 연장안을 담은 개정안이 무려 10건에 달할 정도다. 민주당 의원은 내년 말까지 주택 및 농사용 에너지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완전 면제하는 특례를 신설하자는 개정안까지 내놓았다.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2년간 예상되는 세금 감면액은 무려 3조 5000억여 원에 이르게 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 1~6월 누적 국세 수입이 17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조 7000억 원 줄었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감소액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 지난해만큼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연간 세수 펑크가 44조 원을 넘길 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취약 계층 지원을 명분으로 삼은 ‘선심성’ 일몰 연장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대규모 특례 신설까지 요구하고 있다. 취약 계층에 대한 비과세·감면은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효과 검증도 없이 지역구 표 관리를 위해 마냥 퍼주기만 하는 방만한 조세특례는 재정 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지금은 경기 부진으로 국세 수입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므로 정치권은 눈앞의 선거에 매몰된 세 감면 경쟁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