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평소 업무를 추진할 때 뚜렷한 목표와 타깃을 중시한다.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일도 정책의 타깃을 분명히 하면 성과로 도출된다는 게 안 이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작은 일도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큰 성공도 이룬다”며 “성과가 아무리 작아도 그런 경험을 쌓은 사람은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그런 사례로 2019년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미세먼지계절관리제’를 꼽았다. 그는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책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래서 일단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해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골몰했고, 그 결과 그가 제안한 정책이 바로 미세먼지계절관리제였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통상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철에 미세먼지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여기서 성과를 내면 국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봤는데 실제로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 이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 환경부 차관도 지냈다. 그는 공직자로서 일하면서 ‘속도가 빠르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는 환경 위기의 절박성을 항시 인식하며 활동했기 때문인지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야 한다는 데 집착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자로 일하면서) 환경부와 다른 가치를 갖고 일하는 부처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정책 실현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책은 여러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동의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탄탄한 근거와 입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함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운전에 비유하면 밖(시민단체 시절)에서는 ‘시속 100㎞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정부(환경부) 안에서는 속도보다는 다른 부처를 설득해 정부 전체의 동의를 얻은 뒤 그 힘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환경이라는 가치만큼 중요한 다른 가치도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