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기아 스마트팩토리, 공장 온도까지 제어…5년간 신차 결함 '0'

[Big Shift 제조업大戰]
<3> K제조업 재도약 ― AI·로봇이 무기로
'팩토리비아이' 첫 구축 울산공장
초기 3개월 생산 합격률 10% 넘게 쑥
불량 발생 당시 실내온도 파악 등
실시간 모니터링 문제점 신속 조치
2025년까지 글로벌공장에도 이식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6’가 조립되고 있다. 이곳에는 이달부터 현대차그룹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팩토리비아이(FACTORY-BI)’가 적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수집해 분석된 항목 약 125개가 관리자에 제공된다. 사진 제공=현대차

완성차 제조사에 신차 양산 초기 3개월은 ‘대량 불량’이라는 적(敵)과 전면전을 펼치는 기간이다. 대량 불량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해 결함 있는 신차가 대규모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뜻한다. 출고된 차를 일일이 회수해 수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고 고객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양산 초기 3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4~5년간 이어져온 신차 개발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린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대량 불량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 공정 개선을 연구하지만 이를 완벽히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자동차 1대가 양산되는 데는 부품 품질에서부터 공정의 실내 온도, 작업자의 숙련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현대차(005380) 울산5공장은 2019년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이후 5년째 대량 불량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수집·분석해 예측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현한 공장을 뜻한다. 관리자는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확인하며 평소보다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품질 불량이 늘어나면 원인까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문제를 탐지해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똑똑한 공장’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제조솔루션본부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연구하는 이재곤 이포레스트(E-FOREST) 전략팀장은 지난달 2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마트팩토리는 이미 제조 현장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며 “기존에 관리할 수 없던 영역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팩토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2016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포레스트’라는 자체 스마트팩토리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이를 구현할 공장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팩토리비아이(FACTORY-BI)’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재곤 현대차그룹 ‘이포레스트(E-FOREST)’ 전략팀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시범 적용 단계부터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울산 5공장에 팩토리비아이를 처음 적용하자 양산 초기 3개월 생산 합격률이 기존 대비 10% 넘게 급증했다. 신차를 처음 생산할 때 품질을 조기에 안정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이 기간이 대폭 단축된 것이다. 어느 단계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는지 신속히 파악해 조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하자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며 “기존에는 문제가 발생한 뒤 현장에서 원인을 찾아 개선했다면 이제는 공장 운영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즉시 문제점을 인지해 신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포레스트 전략팀은 시범 적용 단계의 팩토리비아이를 고도화해 이달부터 현대차 아산 및 기아(000270) 광주2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데이터 수집에 집중했다면 개선한 시스템은 분석과 활용 기능을 강화했다.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 총 125종에 달하는 분석 항목을 제공하고 특히 제조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한 번에 파악하는 기능도 갖췄다. 예를 들어 신차를 구매한 고객이 품질에 불만을 표하며 인수를 거부할 경우 해당 차의 불량이 어느 공정에서 발생했는지도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불량이 발생할 당시의 실내 온도 등 생산 환경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가 된 공정을 신속히 파악해 품질 불량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11월 싱가포르에 준공할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팩토리비아이(FACTORY-BI)'의 다양한 기능을 실증하고 고도화해 추후 글로벌 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은 매년 5개 내외의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글로벌 공장에 팩토리비아이를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팩토리비아이의 수준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 11월 싱가포르에 문을 열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스마트팩토리 생태계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팀장은 HMGICS에서 실증할 대표적인 신기능으로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꼽았다. 부품 정보를 수집·분석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납입 지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수만 개에 달하는 부품 재고 현황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모자란 부품이 있으면 협력사에 주문까지 전달된다. 담당자들이 일일이 수기로 기록하던 작업을 전면 자동화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로봇 시스템이 연결되면 부품을 공정에 배송까지 할 수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부품 관리부터 공급·배분을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팩토리비아이는 성능을 고도화해 2025년 화성에 들어설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신공장에 필수 적용될 예정이다. PBV는 고객 요구에 따라 실내를 다르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한 생산라인에서 각기 다른 물량을 만들어야 한다. 팩토리비아이를 적용하면 각 물량마다 필요한 부품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준비해주는 등 유연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다차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이 팀장은 “PBV는 일반 차량에 비해 사양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다차종 생산이 화성 공장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HMIGICS에서 실증한 기술을 추후 PBV 생산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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