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공정·중립성은 기본"… ‘김명수 코트’ 우회 비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첫 일성]
대통령과 친분은 "그냥 아는 정도”
지명 이튿날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인사청문회 앞두고 발언 최대한 자제
임기 한 달 현 대법원장 공백 우려도

지난 22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 일성으로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아온 현행 사법부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발언을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 대법원장과 면담 직전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기울어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며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고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잇따른 ‘정치 편향 판결’로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미로 대대적인 사법부의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법부의 신뢰 저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 기고 글을 통해 밝혔듯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나 사법제도의 기본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릴 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전변회 기고문에서 “최고법원이 정치적으로 부과된 당시의 지배적인 정서에 조응하면 법원 조직은 선동이나 폭주하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게 되고 광기가 질주하더라도 제동을 걸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이 후보자는 “아직 후보자에 불과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청문 과정과 인준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밝혀왔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최대한 발언을 자제했다는 평가다. 야당은 벌써부터 후보자와 윤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서울대 법학과가 160명 정도였고,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아는 정도이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친구라고 밝힌 인물은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문강배 변호사로 알려졌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 24일인 점을 감안하면 신임 대법원장 임명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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