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주요 경제 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때마다 핵심 통계인 ‘정부소비 성장률’ 부문을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데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인 만큼 성장률 전망치 발표 과정에서 정부소비 예측치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한국은행·KDI 등은 펴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때마다 핵심 통계인 ‘정부소비 성장률’을 지웠다. 사후분석 리포트에서 실적을 공개하는 것과 상반된다.
GDP는 민간소비와 투자, 순수출에 정부소비를 더해 이뤄진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대한민국 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GDP 2162조원 중 정부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인 406조원이었다. 성장률 전망에서 정부소비 전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정부소비의 증감은 향후 정부 재정이 긴축이냐 확장이냐를 가를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도 작용하는 만큼 공개 필요성이 크다.
기재부는 정부소비의 경우 올해처럼 세수가 크게 줄거나 태풍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변동이 생기는 만큼 사전 공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이에 “정부소비는 정해진 예산을 절차대로 집행하는 지출인 만큼 민간소비·순수출·투자 등에 비해 예측이 매우 쉽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드러내는 정부지출 전망치는 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할 때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 주요국가 가운데 정부소비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한국은행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연간 정부소비 전망치 공개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의회 및 독립기구를 통해 연 2회 정부지출 전망을 공개한다. 독일은 중앙은행에서 연 2회, 정부에서 연 1회 공개한다. 캐나다와 프랑스는 중앙은행이 연 4회에 걸쳐 전망치를 발표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안을 공개 편성하는 만큼 정부소비를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며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정책을 참조했던 만큼 일본의 사례를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