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 뛰면 물가 0.5~0.8%P 올라…'3대 전략시장' 중동 수출에도 찬물

■이·팔 전쟁 국내 경제·기업 영향은
韓 원유수입서 중동산 비중 72%
산업부 긴급회의 열고 수급 점검
교전 확산땐 '경제 반등' 걸림돌
10월 수출 플러스전환 기대 흔들
삼성·LG 현지직원 재택근무 돌입

물가 안정세 및 수출 회복 흐름에 힘입어 하반기 경제 회복을 노리던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의 확산 방향에 따라 유가 상승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강달러에 따른 환율 급등과 수출 침체 등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와 긴급 회의를 열어 국내 석유·가스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강경성 2차관은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선적 중인 유조선과 LNG 운반선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면서도 “다만 중동 정세는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큰 만큼 향후 사태가 국내 수급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분쟁 지역은 원유·가스의 국내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어 당장 수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격화할수록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본격화될 수 있어 분쟁 지역이 확대될 소지가 커진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2.4%(올해 8월 기준)에 이른다. 1년 전보다 5%포인트, 2년 전보다는 12.6%포인트나 비중이 올랐다. 중동 전쟁이 곧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직결되는 이유다. 그런 만큼 이날 회의에서도 수급 및 가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원유의 수급 불안이 심해져 유가가 10% 오를 경우 물가상승률은 0.5~0.8%포인트(KDI 기준) 뛴다. 여기에 최근 오름세인 원·달러 환율마저 꿈틀댈 경우 수입 가격이 올라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3.7%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연말 다시 4%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커지면 미국과 중국·러시아를 필두로 한 진영 대립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며 “이는 강달러 현상과 원유 가격을 둘러싼 불안감을 추가로 자극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 안팎에서 흘러 나온 10월 수출 플러스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유가 상승→원자재 비용 증가→국내 기업의 경쟁력 하락→수출 부진 장기화 등의 연쇄 악순환이 우려되는 탓이다.


특히 중동은 우리 수출의 한줄기 희망이었다. 플랜트·원전 업계 등에서 신(新)중동붐에 힘입어 대중동 수출 증가율은 눈에 띄었을 정도다. 실제 올 1월 4.3%(전년 동월 대비)였던 중동 수출 증가율은 8월 11.5%까지 뛰었다. 전체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잠정치)까지 12개월 연속 뒷걸음질 친 것과 대비된다. 이번 사태로 수주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동 수출도 줄어들고 정세 불안에 세계 교역까지 움츠러들면 수출 회복을 발판으로 한 하반기 경제 회복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동을 중남미와 유럽연합(EU)과 함께 3대 전략 시장으로 지정하며 수출 다변화를 노렸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실적 자체는 물론 수출 체질 자체를 개선하려던 계획에도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에 판매 또는 연구개발(R&D) 거점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직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주 3회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 여파로 이날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KE957)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