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최초의 종신교수로서 그간 경제학계에서 비주류였던 성별에 따른 노동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골딘 교수의 국내 유일한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골딘 교수는 그간 경제학계에서 비주류였던 여성 노동 분야를 개척했다”며 “세계 최저 출산율을 나타내는 한국 사회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부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황 교수는 2013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는데 당시 논문 지도 교수가 골딘 교수였다. 황 교수 역시 골딘 교수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남녀 경제활동 간 차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황 교수는 “박사 논문의 주제로 ‘결혼하지 않는 한국 사회’를 선정했는데 골딘 교수가 논문을 지도해주면서 우리나라의 결혼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골딘 교수가 종종 메일을 보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일과 가정의 균형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질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골딘 교수는 육아 문제를 남녀 격차의 마지막 챕터로 꼽았다”며 “미국도 우리나라도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 육아 문제로 남녀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것이 골딘 교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골딘 교수의 남편 래리 카츠 역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의 수석경제학자였다. 황 교수는 골딘 교수와의 인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학위 취득 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귀국하던 때를 꼽았다. 그는 “지도 교수 입장에서 기껏 제자를 키웠더니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아쉬워할 수도 있는데 골딘 교수는 평생 일과 가정의 양립을 연구해서 그런지 제 처지에 공감해줬다”면서 “경제학계에서 여성이 소수인데 여성 후배들에게 롤모델과 같은 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이종화 고려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도 골딘 교수에 대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임금격차에 대해 많은 업적을 냈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역시 남녀 격차가 큰 나라 중 하나인 데다 이런 부분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골딘 교수의 연구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불평등이 세계적인 이슈인데 골딘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남녀 간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