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요금제 변경에 민심 잃고 한 달만에 유니티 수장 사임

존 리키텔로 유니티 CEO 사임
즉각 리더십 전환으로 이사진, 경영진 교체
런타임 요금제 전환 후폭풍 수습

지난 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에서 만난 존 리키텔로 유니티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 환경에서 구현한 유니티 런던 사무실을 소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섣부른 요금제 변경이 테크 기업의 수장까지 바꿨다. 전 세계 모든 개발사들이 쓰는 게임 엔진 플랫폼 유니티의 이야기다.


10일(현지 시간)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블로그를 통해 “존 리키텔로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와 경영 일선에서 즉시 물러나게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14년 CEO에 선임된 이후 유니티의 기업 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비 게임 분야로 매출을 확대한 리키텔로 CEO의 리더십도 급작스럽게 끝나게 됐다. 유니티에 따르면 보안 기업인 레드햇의 전직 CEO인 제임스 화이트허스트가 당분간 임시 CEO를 맡기로 했다. 로엘로프 보타 세쿼이아 캐피털 총괄이 유니티의 이사회 수장 역할을 한다. 유니티 측은 “회사의 경영을 맡아줄 CEO를 찾을 때까지 이 같은 체제를 유지한다”며 “매끄러운 리더십 이전을 위해 리키텔로 전 CEO에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유니티


리키텔로 CEO의 사임은 지난 달 유니티가 가격 정책 변화를 예고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지난 달 유니티는 자사 게임 엔진을 통해 게임을 만들 때 부과하는 비용을 연간 비용에서 사용자 설치 때마다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인 ‘런타임 요금제’를 선보였다. 요금제 공개 당시 내년 1월 적용이라고 언급하자 유니티의 최대 고객인 게임 개발자들이 유니티의 횡포라며 집단 반발했다. 유니티 본사 사무실을 상대로 살해 협박까지 이어지자 이틀간 사무실 문을 닫는 소동까지 일었다. 이에 유니티 측은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없던 일로 하고 “우리의 팀 멤버를 비롯해 커뮤니티, 고객, 파트너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혼란과 분노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떠나간 민심이 돌아오지 않자 급기야 리키텔로 CEO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다. 유니티의 주가는 지난 한 달 간 22% 가량 하락했다.


이날 리키텔로 전 CEO는 입장문을 통해 “유니티를 10년 가까이 이끌며 직원들을 비롯해 개발자, 고객, 파트너사들과 회사의 성장을 도모한 것은 큰 특권이었다”며 “리더십 이양을 통해 회사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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