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 한 가정에 입양된 후 양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다 숨을 거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다. 사건 직후 정부는 시설과 인력 확충을 통해 학대 아동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당시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아동학대 범죄는 매달 500건 수준에서 1000건 이상으로 2배 넘게 폭증했다.
11일 보건복지부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125곳에서 올해 7월 기준 133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당초 정부가 정인이 사건 이후 제안했던 목표치(140곳)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복지부는 2020년 10월 13일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후 아동학대 범죄 대응 체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자 이듬해인 2021년 8월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아동학대 대응 체계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사전 예방부터 사후 회복 지원까지 전 과정에 걸친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수립했다.
이때 정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 1개소 관할 지역당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최소 2개소(남녀) 이상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당시 105개 수준이던 쉼터를 2022년까지 140개로, 2025년까지 24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보호 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일시 보호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시행되면서 분리된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쉼터가 더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관련 예산을 2020년 59억 3300만 원에서 2022년 176억 3600만 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보완 방안에 따라 학대피해아동쉼터를 240개소까지 확충하기 위한 예산 증가”라며 “쉼터는 일시 보호 성격의 시설이므로 재원 아동의 유무에 관계없이 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인 경우 개소일을 기준으로 예산(인건비·운영비·사업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3배 늘어난 예산과 달리 쉼터는 고작 2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4년 정부안에 따르면 쉼터에 지원되는 복지부 예산은 240억 7400만 원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학대 전담 인력을 늘리겠다는 계획 역시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9~2023년 학대예방경찰관(APO) 인력 현황’을 보면 전국 시도경찰청의 APO 인력은 2021년 737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2년 707명에서 올해 8월 698명으로 감소했다. 앞서 정부는 정인이 사건 직후인 2021년 8월 당시 600~700명 수준이던 전문 인력을 2023년까지 260명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APO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PO의 역할이 가정폭력전담관에서 아동학대·노인학대·장애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전체로 확대됐지만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피 보직’으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로 APO는 근무 경력 2년 미만 인력의 교체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등 단기 교체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사이 아동학대 범죄는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는 2019년 4645건에서 지난해 1만 1970건으로 2배가량 뛰었다. 올해는 8월 말까지 8808건을 기록하면서 한 달에 아동학대 사건이 1000건 이상씩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지난해 수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