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탈난 '전국체전' 화합 깨고 의대 달라는 한심한 정치력…전남도민 한숨만 '푹'[서경X파일]

■전남 목포서 열린 전국체전 '옥의 티'
수십여명 식중독 의심사례에 찬물
'맛의 고장' 이미지 마저 퇴색 시켜
대통령 초대해 놓고 자리 뜬 도의원
무시해 놓고 의대 신설은 '어불성설'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주 경기장인 목포종합경기장. 전남에서 15년 만에 치러진 제104회 전국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믿었던 도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옥의 티가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전남에서 15년 만에 치러진 제104회 전국체전. 전국 17개 시·도 2만 8500여 명, 18개국 해외동포 선수단 1500여 명이 전국체전에 참가하며 전남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개막전부터 성공 개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믿었던 도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옥의 티가 발생했다. 전남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음식’으로 인한 선수단의 집단 식중독 의심 사례와 대통령을 초대해 놓고 ‘화합의 대잔치’를 희석 시킨 전남도의원들의 그릇된 행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6일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참석을 위해 전남 목포를 방문한 해외동포선수단 환영만찬에서 김영록(앞줄 가운데) 전남도지사 등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위생상태 엉망…선수들은 무슨 죄


1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체전 개회식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최근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올린 수영 간판스타들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날 수영 국가대표 양재훈(25·강원도청)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식사를 일찍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고, 황선우, 김우민 등 동료 선수 5명은 수십 분 뒤 식사를 시작했다. 이날 밤, 강원도청 수영 선수단 숙소는 난리가 났다. 황선우, 김우민 등 뒤늦게 식사한 5명이 배탈과 고열에 시달린 것이다. 식중독 증세였다.해당 선수들은 대회 첫 경기가 열릴 때까지 훈련은커녕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웠다.


양재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사를 빨리 마쳐서 그 자리에 없었다”라며 “조금이라도 늦게 식사했다면 나 역시 식중독에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모 호텔에서 열린 시도체육회 임직원 만찬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250명이 음식을 섭취했으며 대구 3명, 인천 2명, 세종 4명, 경기 1명, 강원 1명, 경남 2명 등 총 13명이 식중독 의심사례를 호소했다. 이 중 선수1명과 종사자 5명, 환경 10건 등 총 16건에 대해 검체를 의뢰했다. 하지만 식중독 의심자 13명 중 12명은 인체검체 검사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3일 인천시체육회 소속 임직원과 시 공무원 40여 명도 목포의 모 식당에서 식사한 뒤 10명이 복통과 식중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3명은 고통을 참지 못해 병원신세를 졌으며 나머지도 약을 챙겨먹고 일정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전국체전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컨디션 조절이 필수인 이들 선수들에게 전남의 이미지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비상 상황으로 인식한 전남도는 목포시 등 22개 시·군 해당 부서에 공문을 보내고 대책 마련 강화를 요청했다.


목포시의 한 관계자는 “식중독 의심사례가 발생하면 인체검체 두사람 이상과 환경검체를 비교해야 하는데 선수들이 검체 확보를 원하지 않아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라남도 의과대학 신설 촉구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삭발을 하며 전남도의원 등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

◇30년 염원인데…전남도의원 정치력 한계


식중독 의심사례로 홍역을 치른 전국체전. 대통령부터 해외 동포 체육인까지 전남 목포를 방문했지만 전남도의원들의 정치적 행위로 비춰지는 돌발 행동은 성공 개최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13일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에는 전남도의원 30여명이 참석했고, 개회식 1시간여 전에 VIP좌석 옆에 마련된 지정좌석에 앉았다. 이들은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이기홍 대한체육회장의 대회사 중 대거 자리를 비웠고, 1~2명 정도만 남아 공식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것이다. 대회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가 진행될 때 VIP석 인근에 별도로 마련된 전남도의원들의 빈자리는 더욱 부각됐다.


일부 전남도의원들은 이날 버스 시간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도적 행위로 밖에 비춰지지 않아 보였다.


이 같은 전남도의원들의 행위에 국민의힘에서는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종운 국민의힘 나주화순당협위원장과 추우용 순천광양구례곡성 당협위원장, 황두남 영암무안신안 당협위원장, 김민수 영암무안신안 당협위원회 사무국장 등 4명은 지난 18일 전남도청과 전남도의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갖고 “전국체전 대통령 기념사 전 집단퇴장한 전남도의원은 반성하고 도민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뜻깊은 스포츠 축전이 열렸고, 이를 환영하고 격려하기 위해 대통령이 참석했다”며 “잔치를 벌인 주인 격인 전남도의원들이 집단으로 퇴장했다는 것은 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아이러니 한 상황은 전남도의원들은 18일 서울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처럼 전남을 찾은 대통령을 나몰라라 하고 대놓고 무시한 처사를 보인 전남도의원들의 행위에 이번 기자회견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질론과 함께 정치력 한계라는 곱지 않은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전남도의원들의 행위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뜨거운 땀과 눈물,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빛났던 이번 전국체전은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메시지는 더욱 애처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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