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하락한 것은 부동산과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0.73% 떨어진 2983.57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이 붕괴됐다. CSI300지수도 0.63% 하락한 3511.23에 장을 마감했다. CSI300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를 해제하는 ‘리오프닝’ 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이날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CSI300은 중국 본토 A주(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중국 기업 주식) 중 시가총액이 큰 300개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따라가는 지수다.
18일 나온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전년 대비)로 예상(4.5%)을 웃돌며 올해 5% 성장률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은 경기 회복세가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삭소캐피털마켓의 차루 차나나 시장전략가는 “부동산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개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민간소비나 기업 지출의 회복이 미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 역풍이 순환적 경기 반등을 상쇄하면서 CSI300지수는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이익을 모두 반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의 9월 소매판매는 5.5% 증가(전년 대비)해 예상(4.9%)을 웃돌았지만 부동산 투자는 9.1% 감소해 전문가 전망(-8.9%)보다 낮았다. 경기가 지속 가능한 반등을 이루려면 경제의 25%를 담당하는 부동산이 회복되는 구조적 힘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투자자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중 갈등과 중동 불안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로라 왕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중국 A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전례없는 단계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로 집계한 상하이·선전 거래소로부터의 외국인 순매도 자금은 8월 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두 달여간 총 221억 달러(약 30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실적 시즌과 곧 있을 공산당의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등의 이벤트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의 예상대로 두 달 연속 동결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LPR 1년 만기는 연 3.45%, 5년 만기는 연 4.2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민은행이 LPR을 홈페이지에 고지하기 시작한 2019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