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기지개를 펴던 항공업계가 고유가·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4분기에는 여객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수 486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0만 명)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항공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여객 사업은 매출 대비 수익성이 낮은 데다, 최근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003490)의 3분기 영업이익은 55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5% 떨어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서브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90달러까지 오른 유가입니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대대적인 원유 감산에 나섰고, 최근에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계속되며 국제유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유가 영업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인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0년(100.0)을 기준으로 하는 항공유 가격지수는 6월만 해도 250 정도였지만, 9~10월에는 330~350까지 폭등한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근 5년 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이 약 2600만 배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오를 경우 약 2600만 달러(한화 352억 원)의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360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 역시 항공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 등은 달러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료와 항공유는 물론이고, 외화 부채까지 달러 기준이기 때문에,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수백 억의 추가 비용이 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6월 말 기준 순외화 부채가 약 27억 달러(약 3조 6500억 원)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27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합니다.
코로나 시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FSC의 구원자였던 항공 화물의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항공 운임 단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하는 항공운임료는 2022년 초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또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이 끝난 이후 여객기 운행이 정상화되며 항공 화물 공급은 늘어났는데, 글로벌 경제 둔화로 수요는 줄며 화물 단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의 화물 노선 매출은 2조1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3198억 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객 수요도 당분간 줄어들 전망입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제선·국내선 유류할증료는 4달 만에 두배 이상 오르며 비행기값은 점점 비싸지고 있고, 고환율로 소비 부담이 커지며 해외 여행 수요도 위축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