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공수처장님, 수사비에 보태십시오" 1500만 원 보낸 노인 실형

서울서부지법. 김남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뇌물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노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 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뇌물공여 및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7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우체국에서 전직 검사 B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고소장과 함께 1500만 원 짜리 수표를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등기 우편으로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존경하는 김진욱 공수처 처장님에게 보고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작성해 “제가 보낸 수표 1500만 원은 수사비에 보태 쓰시라”는 내용을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공수처장에게 등기우편을 보내면서 수표를 동봉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공수처장에게 등기우편이 직접 전달돼 공수처장이 이를 개봉한 것이 아니므로 뇌물공여 등 이 사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나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금품 등의 제공 이란 상대방에게 금품 등 부정한 이익을 취득시키는 것을 말하는 바 수수할 수 있는 상태 에 두는 것으로 족하고, 현실로 상대방이 수수할 필요는 없다”면서 A씨에게 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A씨가 보낸 우편물이 공수처 사건 관리과(공수처 내에서 접수되는 모든 우편물에 대해 개봉하여 소속 부서로 배당하는 업무 담당)의 담당 직원에게 도달한 이상, 우편물 안에 들어있던 수표도 언제든지 공수처장이 이를 수수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나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금품의 제공에 해당한다”면서 “A씨가 공수처장에게 1500만 원의 자기 앞수표를 뇌물로 공여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는 바 이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침해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동종 범죄로 인한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했고, 누범 전과 외에도 동종 및 이종 범죄로 여러 차례 징역형의 실형 등으로 처벌 받은 범죄 전력이 있다”면서도 A씨의 범행 방법이 매우 허술하고, A씨의 나이가 86세의 고령인 점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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