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중 지인 도움받은 '계곡 살인' 이은해·조현수…대법 "도피교사 무죄"

"통상적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돼"
징역 1년 선고한 하급심 뒤집혀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인들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6일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2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지인 2명에게 은닉처와 은닉 자금 등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해 자신들의 도피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잠적해 약 4개월간 도망 다니다 지난해 4월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판례에 따라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도피도 일종의 방어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한 사정이 있다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1, 2심은 "120일 넘는 도피 생활은 통상적인 도피 행위와는 다르다"며 두 사람이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 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도피를 도운)행위자들은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도록 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의 도피를 도운 지인 2명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과 2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고, 다른 2명은 지난 6월 2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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