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전 미국 델타항공이 갑질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이 여성 승무원을 차별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 항공사가 LA다저스 전세 항공편에서 일부 승무원을 날씬하고 젊은 백인 여성 위주로 교체했다는 내용이다.
16일 매일경제는 CBS 등 외신을 인용해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인 다비 퀘사다(44)와 던 토드(50)가 지난 26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두 명은 모두 유색인종으로 항공사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승무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젊은 날씬한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저스 선수단이 이용하는 전세기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대계 혼혈의 멕시코인 퀘사다는 “(근무하는 동안) 화장실 청소하는 멕시코인, 비행기의 가정부 등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 원고인 흑인 토드 또한 “흑인 승무원 강등과 자신이 경험한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보복을 당했다”고 회사를 질타했다.
또 퀘사다와 토드는 “경영진에게서 ‘백인 승무원은 다저스 선수들이 좋아하는 외모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심각한 공황 발작, 편두통,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앞서 이들의 변호인 역시 성명을 통해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같은 미국 굴지의 기업은 아무리 LA다저스와 같은 주요 고객들을 기쁘게 하려는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고용인의 인종과 외모를 기반으로 직원 배치를 하는 것은 불법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의 노골적이고 차별적인 결정으로 인해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라는 암세포가 비행기에 전이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항공사 측 대변인은 “유나이티드 항공은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 소송은 가치가 없고 회사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항공사가 전세기 운영에 유색 인종 승무원을 배제했다는 주장은 3년 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첫 소송은 합의로 마무리됐다고 알려졌다. 이후 퀘사다와 토드가 전세기 업무에 편성됐다.
매체는 이들이 소장을 통해 “다저스 전세기 업무에 투입될 때는 강도 높은 면접을 통해 선발됐지만 이후 일부 백인 여성 승무원들이 특별한 면접 과정 없이 전세기 업무에 배치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의 또 다른 대형 항공사 델타항공은 지난 8월30일 오후 2시19분(현지시각)에 탑승 예정이던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뉴욕행 비행편의 일부 일등석 고객을 이코노미석으로 강등시키는 과정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팝 걸그룹 혜리(본명 이혜리)도 피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달 반 전에 예약하고 좌석까지 미리 지정했는데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 없다고 이코노미로 다운 그레이드(됐다)”면서 “환불도 못해주고 자리가 마음에 안 들면 다음 비행기 타고 가라는 항공사”라고 글을 게재했다.
이어 “심지어 두 자리 예약했는데 어떻게 둘 다 다운 그레이드 될 수가 있나?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인데 제대로 못 해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생각한 순간이었다”며 “너무나도 황당한 경험, 여러분은 조심하시길”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사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씨의 항공편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항공기가 작은 기종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일등석을 구매한 일부 고객이 불가피하게 이코노미석에 수용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델타항공은 2016년 기내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의 치료를 자원한 흑인 의사를 인종 차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