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게임도 못 들여와"…규제에 맴도는 카지노

亞 산업 커지는데 게임종류 한정
신작 도입하려면 관련법 개정해야
제주 카지노는 '관광기금' 부담감


엔데믹 이후 매출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카지노 업계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가 수년째 신규 게임을 도입하지 못하는 등 규제 중심의 정책 환경에 발목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일본·싱가포르·마카오 등이 복합 리조트를 중심으로 카지노 산업을 짜는 만큼 한국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지노 업계들은 신규 게임을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싱가포르·마카오 등 해외에서 신규 카지노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 카지노 업장에서는 신규 게임을 도입하기 힘들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현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국내 카지노 영업장에서 도입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로 룰렛·블랙잭·포커·바카라 등을 포지티브식으로 명시·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전자 게임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영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업계 최초로 신규 카지노 테이블 게임을 개발했지만 사실상 상용화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GKL은 사내 벤처까지 세워 한국판 카지노 테이블 게임을 만들고 세계에 유통할 계획이었다. 카지노 게임이 해외에서 판매되면 GKL은 연간 라이선스 로열티 등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임 개발에 성공해 국내 특허까지 등록했지만 GKL의 신규 게임은 법제처에 가로막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신규 개발된 게임을 국내에서 먼저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까지 추진했으나 법제처에서 현행법에 신규 게임을 시범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KL의 신규 게임이 도입되려면 사실상 법 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카지노 업체들은 육지와 다르게 부과되는 제주관광진흥기금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서울·인천 등의 카지노는 문체부의 기준에 따라 전문 모집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액 일부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한다. 제주 지역은 전문 모집인의 수수료를 포함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제주 지역의 카지노 업체들은 외국인 VIP를 유치하기 위해 육지보다 전문 모집인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준다. 제주 지역 카지노 업체들은 이 같은 이중고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청과 최근에도 논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제주 지역 카지노 업체들이 전문 모집인 수수료로 인한 기금 부담을 겪고 있다면 인천 지역에서는 추가 세금이 신설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천 파라다이스에 이어 내년 초 인스파이어가 카지노 영업을 시작하는 등 영업장이 늘어난 데 따라 인천시에서는 레저세 대상에 카지노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서 카지노 산업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5성급 호텔 내에서만 카지노 영업장을 운영하도록 한 조항과 카지노 관련 행정처분 기준 등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주변국이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개발해 자국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유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외래 관광객 유치가 저조함은 물론 국부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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