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 피해 구호 사업을 하는 공직 유관 단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300억 원 넘는 성금을 유용하고 채용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확인됐다.
2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9월 재해구호협회의 임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국민 성금 유용에 대한 신고를 다수 접수받고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 4년간 국민들이 동해안·안동 산불, 수해 등의 피해 복구와 이재민을 돕기 위해 모은 성금 1833억 원 중 구호 사업에 1500억 원을 사용했다. 나머지 금액 중 303억 원은 급여·여비·업무추진비 등 운영 경비로, 21억 6000만 원은 경비·식비 등에 사용했다.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체결한 380억 원 상당의 계약 중 20억 원(40여 건) 상당은 부정 계약으로 의심됐다. 같은 기간 사용된 23억 원 상당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에서는 약 3억 원(1400여 건)이 고가 상품권 구매나 ‘쪼개기’, 미리 결제 등 비정상적으로 사용됐다.
지인에게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발견됐다. 협회 측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직제에 없는 직책을 맡겨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하고 출장비를 지급하는 등 1100만 원 상당을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 4년간 협회의 전체 채용(33건) 중 73%인 24건에서 공정 채용 절차를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통한 최종 부정 합격 의혹자는 7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협회의 감독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감독 권한이 없어 협회는 지난 4년간 감독 기관의 감사를 받거나 자체 감사를 하지 않았다”며 “재해구호법에 의하면 협회는 예산의 구체적 사용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데 총액만 공개하며 외부 통제나 감사를 피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협회의 성금 부적정 사용과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대검찰청으로 넘겼으며 적발 사항은 행정안전부에도 통보했다. 협회에는 사후 컨설팅을 통해 12월 중 자체 규정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해구호협회의 의연금·기부금 유용 의혹과 지인 특혜 채용 비리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이첩받은 기관인 대검찰청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행안부와 협회의 엄정한 후속 조치를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