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우디 맞서 명승부…“엑스포 네트워크가 귀중한 자산될 것"

윤 대통령, 부산 유치 위해 96개국 정상 110명 회담
한 총리, 유치활동 의의 평가 "우리 시장과 방패, 갑옷될 것"
한반도 긴장 높아지는 시기에 안보지형 넓히기도
기후변화·불평등 등 인류 공통 문제 해결에도 나서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가 앞으로 우리의 우방을 넓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의 의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엑스포 유치와는 별개로 그동안의 유치 노력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외교·경제 국경이 넓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엑스포 유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불평등 해소 등의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여서 이번 유치전을 계기로 우방들에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부산엑스포 유치 민관위원회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마지막까지 홍보 활동을 완수하며 코리아 세일즈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500여 일 동안 ‘코리아 원팀(Korea one team)’으로 뭉쳐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돼 부산 유치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만 96개국, 정상은 110명에 달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뒤 4박 6일 동안 40여 국 정상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던 양자회담 총력전”이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한 총리 역시 아프리카·북유럽 등을 분주히 다니며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를 외쳤다. 한국 총리가 가나·토고·말라위·카메룬 등을 찾은 것은 우리나라와 수교 이후 처음이었다. 한 총리는 또 한국 총리로는 처음으로 크로아티아를 찾는 등 엑스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혔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구 400바퀴 넘게 돌면서 쌓은 ‘엑스포 네트워크’를 소중히 키워가고 싶다”며 “마일리지 쌓듯 대한민국의 미래 자산을 적립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치 활동은 눈에 띌 정도로 효과를 발휘했다. 부산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비해 후발 주자였던 탓에 판세를 뒤집기 어려웠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리야드뿐 아니라 또 다른 경쟁도시 이탈리아 로마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민관이 합심해 부산 홍보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로마보다 한층 탄탄한 지지세를 얻는 데 성공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최종 불참했다. 멜로니 총리는 앞서 올 6월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에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의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올라 로마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는 이와 관련해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로마의 패색이 짙어지자 멜로니 총리가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불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표심을 돌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일본은 원유 수입 등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당초 리야드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부산 지지 방침으로 선회했고 해당 내용이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 등에 힘써온 점을 고려해 기시다 총리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엑스포 유치 활동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만으로도 커다란 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정학적 위기가 터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주요국 외교에만 집중해서는 불안정한 시대를 견뎌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구축한 ‘엑스포 네트워크’가 그래서 소중하다”며 “이 네트워크가 때로는 우리 시장이 되고 때로는 우리 방패와 갑옷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은 북한의 무력시위 등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시국에 우리의 안보 지형도 넓혔다는 평가다. 한 총리는 북유럽·아프리카 등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며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지난달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합해 분명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만나 한국의 대북 정책 지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한반도 안보 지형에서 우리의 평화정책을 지지하는 제3 국가를 늘리는 데 일조한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정부는 엑스포 유치와 별개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주요 약속은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후변화·불평등·디지털격차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적 지지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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