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Common Tech)센터의 설립은 까다로워지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더욱 세밀하게 다루고 요소 기술을 상향 평준화 하겠다는 삼성전자(005930)의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재의 반도체 공정은 차세대 반도체 회로가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로 축소되면서 구현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특히 수율 관리가 큰 문제다. 기존에는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던 오염 물질들이 불량 회로의 원인으로 나타나면서 생산성 향상에 치명타가 되고 있는 탓이다. 칩 제조 업체들은 장비 관리는 물론 이를 구성하는 각종 소재와 부품 성능까지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 불량 원인을 잡아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더욱이 극자외선(EUV) 등 새로운 물질을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면서 신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소재부품센터는 이렇게 갈수록 중요도가 올라가는 소재와 부품 연구 조직을 하나로 묶어 각 부서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 제품을 공급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연구 시너지가 더욱 늘어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DS부문 제조담당 분야에서는 소재부품센터 설립과 함께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도 신경섭 부사장으로 새롭게 교체됐다. 신 부사장은 올해까지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내에서 메모리식각기술팀장을 맡아 왔다. 최근 메모리 업계에서는 12㎚ 이하 D램, 300단 이상 초고층 낸드플래시 기술 구현을 위해 회로를 미세하게 깎아내는 식각 기술이 승부처가 되고 있다. 이에 메모리 식각 전문가인 신 부사장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으로 앉히면서 차세대 식각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공정에서도 '초격차'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는 삼성 내 미래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반도체연구소 조직개편에서도 포착된다. 차세대공정개발팀이 한 단계 격상한 차세대공정개발실로 바뀌면서 팀장을 맡고 있던 현상진 부사장이 승진했다. 차세대공정개발실은 총 3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운영되고 이번에 임원으로 승진한 박상욱 상무와 함께 구봉진 상무, 문광진 팀장 등이 책임진다. 차세대공정개발팀에서는 삼성전자 내에서 쓰이는 용어인 'N+4', 즉 1㎚대 반도체 회로 공정에 대한 선행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회사에서 반도체 회로 설계 사업을 담당하는 LSI사업부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개발실·전략마케팅실 등 여러 기능이 분산 돼 있던 LSI사업부를 SOC사업팀, 센서사업팀, LSI사업팀으로 간결하게 묶고 각 사업의 기능과 독립성을 확대했다. 센서사업팀은 이미지센서 전문가인 박용인 LSI사업부장이 센서팀장을 겸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사업팀에서는 또한 지난해 3월 삼성전자에서 퇴임했던 베테랑 엔지니어 이제석 부사장이 사업팀의 CTO로 1년 반 만에 복귀했다. 센서사업팀을 사업부장이 직접 맡고 CTO까지 신설한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분야 ‘초격차’ 기술 확보에 대해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51.6%이고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6%다.
엑시노스 등 프리미엄 칩 개발을 담당하는 SOC사업팀장의 새로운 수장은 DS부문 혁신센터장이었던 이종열 부사장이 배치됐다. 향후 3㎚ 이하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경쟁사와 삼성전자 간 격차가 좁혀지고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기술 승부가 쉽지 않다는 긴장감이 생겼다"며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기술 조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