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후 3년 차인 2024학년도까지 고득점에 유리한 국어, 수학 선택과목에 수험생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어와 수학에 선택과목이 도입됐으나 선택과목 유불리가 두드러지는 탓에 통합 수능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51.0%로 집계됐다.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통합 수능 첫해인 2022학년도 39.7%였다가, 지난해인 2023학년도 45.4%로 상승한 뒤 2년 연속 올라가면서 절반을 넘겼다. 2년간 11.3%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확률과 통계' 선택 수험생 비율은 2022학년도 51.6%에서 지난해 48.2%에 이어 올해 45.0%로 6.6%포인트 축소됐다. '기하'를 고른 수험생 비중 역시 8.7%에서 6.4%, 4.0%로 매년 줄었다.
국어에서는 '언어와 매체'의 수험생 응시 비율이 계속해서 확대됐다.
'언어와 매체'를 택한 수험생은 올해 40.2%에 달한다. 작년(35.1%)보다 5.1%포인트, 2년 전(30.0%)보다 10.2%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화법과 작문' 수험생 비중은 2년 동안 '언어와 매체' 상승 폭만큼 축소되면서 올해 기준 59.8%로 60%를 넘지 못했다.
통합 수능이 치러진 3년 내내 수학은 '미적분', 국어는 '언어와 매체'로 일관되게 수험생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해당 영역에서 고득점을 얻기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 통합 수능 이래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수학에서 '미적분', 국어에선 '언어와 매체'가 표준점수에서 앞서는 현상이 내내 빚어졌다.
올해에는 국어, 수학 선택과목별 점수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2023학년도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3점이었으나, 올해에는 11점으로 추정된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보통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국어 '언어와 매체'의 경우 2022학년도 2점에서 지난해 4점, 올해 역시 4점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학생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선택 과목에 따라 점수 격차가 발생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점수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사회·과학 탐구도 구분 없이 한 과목씩 골라 시험을 볼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모양새다. 올해 수능에서 사회·과학 탐구를 한 과목씩 택한 수험생 비중은 3.7%로, 2022학년도(2.5%)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선택과목별 점수 차는 현재 수능의 구조적인 문제로,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