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후배인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27)을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김씨의 동료들 4명을 불러 조사한 가운데 임씨가 같은 수법으로 다른 빅리거에게도 돈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 디스패치는 임씨가 김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김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임씨는 김씨에게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7월 임씨의 입단 테스트를 주선해 줬다. 임씨는 "야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또 김씨는 친한 동생인 임씨가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게 걱정돼 택시비를 보태주는 등 2020년 10월에서 12월 사이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수차례 입금해 주며 임씨를 챙겼다.
2020년 마지막 날 임씨는 김씨에게 장문 새해 인사를 보냈다. 그는 “우리 형 새해 복 많이 받아용. 항상 챙겨주시는 마음 다 알고 신경 써주시는 거 다 알아요”라며 “내년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갔는데 더 신경 써주세요. 타지에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함께 아메리칸드림을 이뤄요”라고 우애를 드러냈다. 글귀 곳곳에 하트(♥)가 묻어나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메시지였다.
매체는 이후 2021년 2월 김씨는 사비를 써가며 임씨를 매니저 자격으로 고용해 미국에 데려갔다고 전했다. 임씨에게 준 월급은 300만원이었고 밀(meal)카드를 줘 따로 식비도 지급했다.
하지만 임씨의 ‘아메리칸드림’은 50여 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는 4월에 귀국했고 5월에는 김씨에게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김씨는 “아버님 괜찮으실 거야. 걱정하지 말고 힘내자”라며 격려하는 모습이다.
‘브로맨스’를 보여주던 임씨는 이번 달부터 폭로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서 김씨와 생활하던 2개월 동안 '소파에서 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체에 따르면 스프링 캠프 기간의 애리조나는 ‘숙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호텔도 만실인 데다가 좋은 방을 잡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김씨 측에 따르면 김씨와 통역, 에이전트, 임씨까지 일행은 총 4명이었다. 이들은 호텔을 잡지 못해 캠프에서 20분 이상 떨어진 호텔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씨 측은 "빅리그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집을 구할 수 없었다"며 "불편해도 함께 감수하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이므로 혼자 방을 썼고 통역과 에이전트 팀장이 같은 침대에서 잤다. 그래서 임혜동은 거실에 있는 ‘소파베드’에서 잤다"고 매체에 전했다. 임혜동이 썼다는 소파는 침대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소파베드였다는 것이다.
임씨가 “미국에서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호소한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매체가 공개한 대화를 보면 임씨는 김씨가 운동하는 시간에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 등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체는 폭행 주장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임씨가 "운전을 하고 있으면 (김씨가) 뒤통수를 때리고 싸대기를 때렸다. 이런 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김씨 측은 "임혜동이 2020년 9월에 운전면허를 따고 2021년 2월에 미국에 갔다"며 "임혜동이 초보 운전자였으므로 운전을 많이 하지 않았다. 김하성이나 에이전트가 더 많이 차를 몰았다"고 항변했다.
임씨가 합의금을 요구한 술자리도 매체는 언급했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2021년 2월의 일이다. 당시 김씨는 임씨와 다른 야구선수 등 5인 이상과 술을 마셨다고 한다. 김씨 측에 따르면 임씨는 이 술자리를 빌미로 "경찰과 병무청에 신고하고 언론에 알리겠다. 김하성 미국에서 야구 못하게 하겠다. 내가 병무청에 전화해 보니 김하성 처벌되면 군대 입대해야 한다더라. 내가 잃을 게 많을지 김하성이 잃을 게 많은지 보자. 김하성은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몇백억을 벌 사람인데 나는 10억 정도는 받아야 보상이 될 것 같다"고 소속사를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임씨가 김씨에게 맞았다고 주장한 술자리에 동석했던 야구선수 A씨는 "몸싸움이 있었는데 서로 밀치는 수준이었다. 김하성과 임혜동이 술자리 다음날 같이 미국으로 떠났는데 빅리그 진출을 앞두고 누가 주먹을 휘두르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날 술자리를 끝내고 사우나까지 갔다. 임혜동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둘은 다음날 미국으로 갔다"고 매체에 증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2021년과 2022년 2억원씩 총 4억원을 임씨에게 건넸다. 김씨 측은 "일방적인 폭행은 사실이 아니지만 방역법 위반은 사실이었다"며 "그때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무서웠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일확천금을 얻게 된 임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인들에게 부(富)를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차도 바꾸고, 카지노도 가고, 명품백도 사더라. 정말 돈을 받긴 받았구나 싶더라"며 야구선수 B씨가 임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게다가 임씨는 올해 김씨가 아닌 또 다른 빅리거를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매체는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성공했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임씨는 또 다시 김씨를 두 번째로 협박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임씨에게 지속적으로 공갈 및 공갈미수죄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6일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임씨 역시 일부 방송에 출연해 폭로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임씨 스스로 ‘부친에게 맞았다’며 김씨에게 보낸 사진을 ‘폭행 증거’라고 뿌렸다는 보도다.
매체가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지난달 2일 임씨는 “이 일은 당신이 했다 안 했다를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증거를 뒷받침할 증언 또한 법정에서 증명할 수 있을 만큼 가지고 있다”며 “내가 샌드백도 아니고 당신 때문에 때리고 돈 주면 해결되는 것 마냥 몸값이 책정된 것 같은 농락 또한 더는 참을 수 없고 나를 돈벌레라고 하고 다녔던데 당신이 인정을 하고 안 하고는 상관없습니다”라고 김씨에게 날을 세웠다.
매체는 “2020년 12월 31일 임혜동에게 ‘우리 형’이었던 김하성은 불과 3년 만에 ‘당신’이 됐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8일부터 이틀에 걸쳐 총 4명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피고소인인 임씨는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참고인들은 김씨가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에서 활동하던 당시 어울리던 동료와 에이전트 직원 등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