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A는 자살 신고를 받고 상가 건물 2층을 수색했다. 그는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이 있었지만 ‘심야 시간, 문이 잠겨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내부 확인 없이 철수했다. 결국 불이 켜져 있던 방에서 4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관 B는 실종 신고 접수를 받고 남자친구인 피의자 주소가 특정돼 두 차례 현장 출동했으나 인기척이 없어 철수했다. 이튿날 해당 장소에서 피해자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앞으로는 극단 선택 징후나 가정 폭력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 장소에서 경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12 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112기본법)이 이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범죄 신고부터 구조 요청까지 연간 2000만 건을 처리하는 ‘비상벨’인 112 신고의 법적 근거가 66년 만에 처음 마련됐다.
그간 112는 1957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별도의 근거 법 없이 경찰청 행정규칙(예규)인 ‘112 치안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을 통해서만 운영돼 적극적인 경찰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112기본법이 통과되면서 ‘긴급조치’의 범위가 확대된다.
112 신고 사건이 ‘매우 급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 출입’과 함께 타인의 건물과 토지 또는 그 밖의 물건의 ‘일시사용·제한·처분’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울러 112 신고가 된 재난·재해·범죄 등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신체가 위험할 때 출동 현장에서 ‘피난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도 넣었다. 연간 4000건에 이르는 거짓·장난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규정도 신설됐다. 112 기본법은 공포 이후 6개월 후인 내년 6월께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