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에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며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신약 보유 여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올리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하고 R&D에 재투자하며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R&D 상위 5개 기업은 모두 13조 원(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는 19조 원(147억 달러), 존슨앤드존슨(J&J) 18조 9000억 원(146억 달러), MSD 17조 5000억 원(135억 달러), 화이자 14조 8000억 원(114억 달러), 노바티스 13조 원(1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업들은 모두 매출의 10~20% 가량을 R&D에 투자했다. 다국적 제약사는 R&D를 바탕으로 출시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며 매년 R&D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빅파마의 합산 R&D 투자 금액은 지난해 연간 금액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약 10%로 나타났다. 30여개 비상장기업도 매출 대비 4% 수준을 R&D에 투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파이프라인만 15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약가 인하로 기업들의 매출에 타격이 발생한다면 R&D 역량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은 선순환 구조를 깨트려 신약 개발 역량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금이 뒷받침 돼야 한다” 며 “다방면의 약가 인하 기조는 되려 산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