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포탄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공급했으며 러시아가 이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은 무기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에 전투기나 지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서 넘겨 받은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최소 1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고 올해 들어 2일에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야간 공습 등에 여러 발의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지난달 발사한 미사일은 자포리자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2일 발사한 미사일의 영향은 현재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고 무고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죽이기 위해 북한 미사일을 추가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90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이상 분량의 무기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주로 재래식 포탄일 것으로 추정됐는데 우크라이나 전황을 볼 때 북러 간의 무기 거래는 보다 광범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해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를 실전에서 테스트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된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은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와 재료, 기타 첨단 기술 등을 원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 금수 조치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10일 안보리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