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2017년부터 불어닥친 블록체인 열풍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수년이 흐른 시점에서 디센터는 <블록체인 열풍, 그 후>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블록체인 전략을 펼쳤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땠는지 중간 점검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가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최대 ‘이슈 메이커’로 꼽힌다. 전세계 블록체인 행사를 누비는 장현국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국내 대표적인 가상자산으로 떠올랐지만 사상 초유의 공동 상장폐지 사태, 국회 로비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글로벌 블록체인 무대에서 위믹스의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하다. 웹3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 100종이 넘는 게임을 온보딩하면서 물량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다. 위메이드 역시 이러한 평가를 의식한 듯 올해를 내실을 다지는 한 해로 선언하고 글로벌 출시될 ‘나이트 크로우’의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위메이드는 국내 웹3 게임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위메이드 웹3 사업의 시작은 약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메이드는 지난 2018년 1월 블록체인 사업 전문 자회사로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했다. 이후 위메이드트리는 독자적인 웹3 게임 전용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당시 위믹스 네트워크)'와 기축통화 WEMIX 토큰을 선보이며 위믹스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사 대표 지적재산권 ‘미르의 전설'을 활용해 지난 2021년 출시한 자체 웹3 게임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발빠른 웹3 시장 진출로 위메이드는 2021년 가상자산 불장 덕을 톡톡히 봤다. 미르4의 흥행과 함께 시장 전반적인 상승세에 올라탄 WEMIX는 2021년 한 해 동안 114% 넘게 급등하며 최고가 24.28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웹3 사업에 진출한 다른 게임사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성과를 내며 국내 대표적인 돈버는게임(P2E)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장 대표도 미국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등 국내외 행사 발표 연단에 직접 오르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WEMIX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지난 2022년 초 위메이드가 당시 시세로 약 1600억 원어치의 WEMIX를 예고 없이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그간 가상자산 발행 재단·기업 자율에 맡겨뒀던 가상자산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제정하고 주석공시를 의무화하했다. 위메이드가 규제 수립의 계기가 된 셈이다.
WEMIX에 낙인이 찍히면서 규제 회색지대를 오가는 위메이드의 운영 방식이 거듭 공론화됐다. 지난 2021년 WEMIX 초과 유통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위메이드는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서에 기재된 WEMIX 유통량보다 7000만 개 이상 많은 WEMIX를 초과 유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원화마켓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소속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닥사)는 설립 이래 최초로 가상자산 공동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가상자산 업계에서 유통량 초과는 단골 상장폐지 사유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엔 김남국 의원의 WEMIX 대량 보유를 두고 웹3 게임 업계의 국회 로비 의혹이 일며 가상자산을 국회의원 재산공개 범위에 포함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WEMIX 관련 논란이 업계 안팎으로 집중 조명되며 위메이드와 위믹스 프로젝트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했다. WEMIX 가격도 최고가 대비 90% 넘게 미끄러졌다. 5일 오후 7시 코인마켓캡 기준 WEMIX 가격은 2.33달러에 불과하다. WEMIX 상승세와 함께 지난 2021년 정점을 찍었던 위메이드 주가도 덩달아 80%가량 급락했다.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국내 시장에 비해 미약한 글로벌 시장 존재감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간 전세계 게임사로부터 100종이 넘는 웹3 게임을 위믹스 플레이에 온보딩했지만 히트작을 발굴해내지 못했다. 위믹스 플레이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미르4를 제외하고 현재 플레이가 가능한 온보딩 게임 30종의 하루 최대 이용자는 평균 636명에 그친다. 하루 최대 이용자가 4명에 불과한 게임도 있다.
이 시점에 위메이드는 다시 한 번 자사 IP를 활용한 자체 제작 웹3 게임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운다. 위메이드는 내달 중으로 블록체인이 접목된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해당 게임이 이더리움(ETH) 레이어2 블록체인 ‘크로마’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크로마는 위메이드가 지난해 자회사 라이트스케일을 통해 출시한 블록체인이다.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위믹스3.0에 갇혀 있는 위믹스 생태계에 이더리움 레이어2를 붙여 이용자 저변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위메이드는 지난 2022년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라이트스케일을 인수했다.
그러나 반 년간 시범주행을 한 크로마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6종의 게임 관련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디앱을 유치하며 힘을 쓰고 있지만 6일 크로마 총예치금액(TVL)은 2032만 달러(약 270억 원)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이더리움 레이어2 블록체인 아비트럼의 TVL이 106억 달러(약 14조 1054억 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이미 여러 해외 프로젝트가 선점한 이더리움 레이어2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크로마에 디앱을 우선 올리고 자체 토큰 크로(KRO)를 뒤이어 발행하는 플랜 자체부터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레이어2 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크로마를 실제 사용해보면 자체 토큰이 아직 없다는 점이 크로마 디앱간 유기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며 "크로마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WEMIX가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KRO 출시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내달 나이트크로우의 출시는 이더리움 레이어2 크로마를 활용한 위믹스 생태계 확장이라는 위메이드의 전략을 시험할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서비스 출시가 현재 위메이드의 주요 목표"라며 “대중성을 확보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의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