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소전서림. 거대한 단독 건물 정문에 들어서자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 옆에 별도의 게이트가 눈길을 끈다. 멤버십 코드를 스캔하면 문이 열리고 좁은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가면 온통 하얀색의 공간이 펼쳐진다.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뜻이 건물 외부뿐 아니라 내부를 염두에 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전서림 지하 공간으로 내려와 외부에서 가져온 짐을 사물함에 넣고 가벼워진 몸으로 미닫이문을 열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다. 4만여 권의 다양한 책들이 있는 공간에서 이날 오후 스무 명 남짓의 손님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저마다 책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프리츠한센·핀율·카시나 등에서 만든 의자들이 있는 개인 칸막이 공간 9곳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탁 트인 장소에서 미술관 소장 도록이나 예술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는 머리가 희끗한 독자들이 눈에 띄는 등 연령대도 다양했다.
2020년 2월 개관해 올해 만 3년을 맞은 소전서림의 업장 카테고리는 전문 도서관이다. ‘집 밖에 있는 프라이빗 서재’를 지향해 처음부터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1회(5시간 기준) 이용권은 3만 원, 연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10만 원이다.
멤버십을 결제하면 1회당 3시간씩 자유롭게 서재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전서림에서 여는 강연과 북클럽에 참여할 수 있다. 책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전서림 관계자는 “멤버십을 가진 회원들이 1700명에 달한다”며 “오프라인 공간을 비롯해 멤버십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북카페 역시 공간 경험을 중심으로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 멤버십 전용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게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욕망의 북카페’는 베스트셀러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이 2021년 6월 문을 열며 화제가 됐다.
3시간에 1만 5000원의 이용료를 내고 입장하는 이곳에는 또 다른 규칙이 있다. 스마트폰을 반납할 것, 노트북은 사용 금지. 오로지 책을 읽는 데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제법 강경한 규칙이지만 이 때문에 만족도 또한 높다.
욕망의 북카페 단골 고객인 직장인 최지은 씨는 “단 몇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이 없는 채로 몰두하는 경험 자체가 좋아서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북카페를 찾는다”며 “덕분에 손으로 글을 쓰게 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욕망의 북카페 역시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와 독서 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누적 참여자 수는 3000여 명에 달한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북카페로 출발한 카페꼼마는 서울·경기 지역에 지점 6곳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 경험이 중요해지다 보니 문학동네 카페꼼마 역시 지점별로 오프라인 경험을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카페꼼마 합정점의 경우 1층에는 1인용 소파를 주로 배치하고 2층에는 공유 책상을 둬 다양한 경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커피·와인 강좌 등 문화 강좌들을 마련하고 있다. 염현숙 카페꼼마 대표는 “다양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다 보니 문학동네 북클럽 이용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꼼세권(카페꼼마+역세권)’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카페꼼마 지점의 생활 반경에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 문학동네 북클럽 회원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