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타깃된 韓기업, 작년 73곳 '세계 4위'…3년새 7배↑

英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 보고서
2020년 10곳→작년 73곳으로 증가
'밸류업' 도입에 목소리 더 커질 듯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연대 등 주주권 행사의 타깃이 된 국내 기업의 수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행동주의펀드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 업체인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에서는 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91개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일본·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한국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최근 3년 새 급증하는 양상이다. 2020년에는 행동주의 대상 기업이 1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27곳, 2022년에는 49곳으로 증가했다. 이는 헤지펀드·기관투자가·기업에 대해 주주 환원 요구를 하는 개인 주주를 비롯해 공개적으로 이뤄진 모든 주주 행동주의를 집계한 결과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은행주 캠페인, KCGI의 주주 활동 타깃이 된 DB하이텍, 일반 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2대 주주에 오른 코스닥 상장사 대유 등의 사례도 통계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가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행동주의펀드는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2020년 상법 개정(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을 거치며 영향력을 키웠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준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달 말 발표되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라는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동주의펀드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서 “전통적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은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서구권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했다”며 “그런데 2019년 이후 일본, 2021년 이후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가능성이 커져 기존 경영진의 효율적인 방어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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